철피아 비리 수사 18명 기소 불구
아직 뇌물 공여로 기소된 사람 없어
협조 얻어 진술 더 받을 목적인 듯
"뇌물 살포혐의 지나치게 경감" 우려
금품을 받은 사람들은 14명이 기소됐는데, 금품을 준 공여자들은 처벌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현직 국회의원 5명을 비롯, 무더기 뇌물 혐의를 적발한 철도 분야 민관유착‘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와 입법로비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검찰 안팎에서 이런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철피아 비리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조현룡ㆍ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을 포함, 감사원 감사관, 전 철도시설공단 부이사장ㆍ감사ㆍ부장 등 18명을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에게 금품을 준 철도부품업체 삼표이앤씨, AVT, 궤도공영, 팬드롤코리아 대표 등은 일부 담합 혐의가 적발돼 기소됐을 뿐, 아직 뇌물공여죄로 기소되지 않았다. 구속된 사람도 없다.
특수2부에서 진행 중인 입법로비 사건도 뇌물 혐의가 적발된 야당 의원 3명은 이미 기소돼 재판이 시작됐으나,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김민성 이사장은 아직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뇌물 공여자를 배임ㆍ횡령 등 다른 죄목으로 먼저 구속한 후, 심리적으로 압박해 수뢰자 이름을 받아내던 전통적인 수사방법과는 정반대다. 검찰이 공여자로부터 협조를 얻어,‘거악’을 잡는 방식을 적극 채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검찰은 “사건마다 다르다” “처벌 수위를 고민하고 있을 뿐” “추후 일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여자의 협조를 얻어 진술을 좀 더 받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구속이나 기소 등 처분을 받은 공여자는 더 이상 진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적 근거도 있다고 설명한다. 형법 52조는 자수의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금품 공여 사실을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진술한다면 당연히 자수에 준해 처벌 수위를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수사팀 안에서는 이를 내부고발자에 준해야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뇌물을 살포하고 로비로 성장해온 업체의 비리도 가볍지 않은데 수사 협조 과정에서 범죄혐의가 지나치게 경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외국과 같은 플리바게닝(수사에 협조하면 형사처분을 감경해 주는 사전형량조정 제도)이 없는 상황에서 특히 돈 준 사람의 진술이 중요한 뇌물 수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공여자의 처리 시기와 수준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검찰로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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