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4월 1일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인상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경기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대규모 금융완화로 시중에 쏟아진 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주가 상승을 이끌면서 보석이나 고급 시계 등 고가제품의 소비는 크게 회복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공장은 소비세 증세 후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은행이 1일 발표한 9월 기업 단기 경제 관측조사에서 “대기업 체감경기 확고, 중소기업 악화”라는 성적표가 나오는 등 경기 인식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중소 하청공장이 밀집한 도쿄도 오타구의 공장과 대표적인 번화가인 긴자와 니혼바시의 백화점을 통해 소비세 인상 이후 심화하고 있는 경기 양극화 실태를 보도했다.
오타구에서 카메라 부품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70대 사장은 “경기 회복이라고 하지만 재하청업체인 우리에게까지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돈을 버는 곳은 대기업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일은 늘지 않아 자금 융통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융기관은 고령자라는 이유로 융자를 거절해, 생명보험을 해약해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력은 자신 있지만 올해를 넘길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공작 기계 금속부품 가공업을 하는 50대 사장도 “경기 회복 실감은 별로 없다”며 “공공사업의 증가로 교량이나 고속도로 공사에 사용하는 공구부품 발주는 늘었지만 그 이외의 일이 줄어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서민 가게가 늘어선 기타구의 한 상점가에서 신발 가게를 하는 40대 사장은 “고령자들이 가끔 오기는 하지만 신발에 돈을 쓸 여유가 없는 듯 하다”며 “급속한 엔저가 진행되고 있어 수입 신발 매입가가 크게 오를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백화점 업계 세계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미쓰코시 니혼바시본점은 매년 8월마다 열고 있는 고급시계 전시판매회에서 300만엔 이상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마쓰야백화점 긴자점 관계자는 “주 고객층인 40대 여성 경영자와 의사, 변호사 등이 최근 주가 상승에 힘입어 명품 구매가 늘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아베 신조 총리가 29일 국회소신표명연설에서 ‘경기 회복의 실감을 전국 방방곡곡에 전달하는 것이 내각의 사명’이라고 힘을 주었지만, 아직은 실감하기 이르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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