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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점거냐 물러나나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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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점거냐 물러나나 갈림길에 서다

입력
2014.10.0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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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학생 시위에서 28일 시작된 ‘센트럴을 점령하라’ 시위, 그리고 지금의 ‘우산혁명’에 이르기까지 홍콩 민주화 시위대는 민주적 통치와 투표 체제를 갖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 홍콩에는 7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불과 689표를 얻은 행정장관이 2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콩 정부는 2017년 보통선거를 실시해 모든 홍콩 거주자들이 투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제도는 베이징 정부와 친한 자들만이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시민 후보가 나설 수 있는 진정한 민주적 보통선거가 아니다. 주요 인물이 후보에 오르고 선출 되는 일이야말로 어느 나라에서든 중요하다.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9월28일까지 나는 우리 경찰이 우산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평화롭게 시위하는 사람들을 향해 87차례나 최루탄을 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경찰의 비이성적인 최루탄 공격은 많은 홍콩인들의 신경을 자극했고 1989년 6월4일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학살’을 떠올리게 했다. 즉각 수많은 사람들이 주요 도로를 점거하기 위해 몽콕과 코즈웨이 베이 등으로 달려갔고 주요 지도자나 조직 없이도 많은 보통사람들만으로 우산혁명을 만들어가게 됐다. 정부가 지난 몇 해 동안 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을 목격해온 홍콩인 한 사람으로서 나는 민주적 사회를 향한 사람들의 결단에 마음이 뭉클했다.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넘어간 이래 홍콩은 매일매일 변하고 있다. (홍콩의 분리 추진과 해외 정치조직의 활동 등을 금지한)기본법 제 23조의 실행에 반대하는 50만 홍콩인의 시위를 비롯해 문화 유산의 파괴, (저작권 강화를 내세워 정치적 풍자를 금지시킨)사이버 법 23조의 공포, 800억 달러를 들여 건설하는 고속열차의 건설, 중국인 관광객의 어마어마한 유입, 끊임 없이 만들어지는 호화 아파트, 공공 주택 부지의 부족, 농지의 파괴, 비정부적 성향 TV방송의 불허, 강압적인 민족주의 교육(애국적 세뇌 교육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중앙정부의 통제를 강조하는)백서의 제안, 쏟아지는 친중국 정부 매체의 보도, 홍콩의 오래된 사업체의 몰락, 체인점의 독점화, 치솟는 물가상승, 빈부격차의 증가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중국 반환 뒤) 부유하지 못한 홍콩시민들에게 일어난 일이다.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나빠질 뿐이다. 시위대는 강한 법과 질서, 사법부의 독립, 정의의 실현, 자유, 자치 등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공정한 민주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싸우고 있다.

나는 문명화된 홍콩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기쁜 충격에 휩싸여 있다. 그들은 시위대 앞줄에 응급약품 전달하기, 쓰레기 수거, 재활용품 분류, 공짜 음식과 물 공급, 낭설 퍼트리지 않기, 학생들의 과제 돕기, 공개 무료 강연 등을 통해 인간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시민 불복종 운동이 평화롭고 원활하게 진행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만들어가고 있고 전략적인 사고를 함께 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광경을 홍콩에서 본적이 없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꿈꾸고 있노라고.

6월4일(톈안먼 사건이 발생한 날)의 악몽을 드리우는 최루탄 공격이 가해진 이래 나는 평화롭게 잠들지 못한다. 정부는 여전히 시위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그들의 주요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제 몇몇 부모세대들은 학생들과 시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교통 장애가 그들 생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시위 지역에 나타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홍콩의 미래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시위대가 점거를 그만 둘 때가 됐다는 공공의 압박이 가해질 때 정부는 시위대 해산을 위해 폭력을 행사할 명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시위대에게는 ‘머무느냐 머물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인 상황이다. 또 다시 잠 못 드는 밤이다.

마비스 홍콩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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