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경절 연휴 맞아 관광객 급증, 식당이 중국 손님으로 꽉 차기도
"쉬는 날이라 쇼핑하러 나왔는데…" 줄 서 기다려야 하는 내국인들 불만
3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안. 80여명의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매장 안에선 오직 중국어 대화만 들렸다. 5, 6명의 점원들은 할인 중인 화장품 품목을 중국어로 소개하느라 열을 올렸다. 관광객들은 마스크 팩, 스킨로션, 비비크림 등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상품들을 쇼핑백에 쓸어 담았다. 인기 품목인 스킨로션 세트는 준비된 물량 300개가 3시간 만에 모두 팔려 인근 직영점에서 구해와야 했다. 이 매장의 김현태(33) 대리는 “이달 들어 하루 5,000명 넘는 손님들이 매장을 방문하는데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들”이라며 “이 때문에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점원을 급히 모집 중”이라고 말했다.
음식점 역시 요우커들로 붐볐다. 명동의 한 찜닭집은 식사 때가 아닌 오후 4시 30분에도 열다섯 테이블 중 열 테이블이 가득 찼다. 모두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사장 권완자(60)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평소의 배로 다녀갔다”며 “우리나라 손님보다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명동 일대는 중국 국경절(10월 1~7일) 연휴를 맞아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로 점령당한 모습이었다. 명동 입구에는 ‘환잉니팡원밍동(명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붉은 색 현수막이 중국인들을 반겼다. 거리 곳곳에도 ‘궈칭따쥐후이(국경절 맞아 파격 세일)’ 등 중국어로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마치 이 곳이 중국인 듯했다. 면세점 앞에도 관광버스가 실어 나르는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면세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환영한다’는 중국어가 쓰인 붉은색 어깨띠를 메고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면세점 안내책자를 나눠줬다. 이들은 유창한 중국어로 길을 알려주며 면세점 안으로 안내했다.
중국인 관광객 양칭(21ㆍ여ㆍ광동성)씨는 “명동은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옷, 화장품 가게가 몰려 있어 쇼핑이 편하다”며 “친구들에게 선물용으로 줄 화장품도 많이 사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모와 함께 명동을 찾은 탕쓰쥔(18ㆍ길림성)군은 “중국인들이 생각하기에 명동은 한국의 문화 특색을 가장 대표하는 이미지”라며“옷과 화장품 가게가 몰려 있어 특히 여자들이 좋아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휴일을 맞아 시내에 나온 내국인들은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쇼핑을 나온 박정은(22)씨는 “우리도 개천절 공휴일이라 옷을 사러 나왔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데다 탈의실에서 빨리 나오지도 않아 15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국경절 기간 동안 방한하는 요우커는 16만명에 달한다. 롯데면세점 이강훈 부장은 “지난해 중국 국경절보다 매출이 30∼40%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인 손님이 몰리면서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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