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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입법 권한 있는 자들이 손 놓고 있는 현실 통탄" 대통령·정부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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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입법 권한 있는 자들이 손 놓고 있는 현실 통탄" 대통령·정부 정면 비판

입력
2014.10.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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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의 팽목항 행은 이례적이다. 3일 서울 광화문을 떠나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김훈 작가는 세월호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는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과 정부가 모두 내 소관이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이 어처구니가 없다”며 “정부도 입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타결된 세월호특별법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했다면 최고의 권위를 가져야 마땅한데, 지금 절망적인 것은 이것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김훈 작가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사회참여적’ 작가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훈은 1995년 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을 낸 이래 20년 간 작가로 활동하는 동안 정치성을 띤 모임이나 발언에 거리를 유지해 왔다.

그의 침묵을 두고 문단에서는 정권에 대한 암묵적 찬동이란 비판도 종종 나왔다. 문학평론가 고명철 씨는 2005년 펴낸 평론집 ‘칼날 위에 서다’에서 김훈 작품 속에 드러난 ‘개별성’과 1980년대 한국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시절 썼던 정권 찬양 기사를 들어 “개별 존재의 자기확실성이란 미명 아래 산출된 파시즘적 언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인터뷰와 책을 통해 자신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2003년 펴낸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에서 작가는 “나는 본래 시국과 관련된 정치적 언어를 입에 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욕망을 정의라고 말하는 그 말들은 허망할수록 격렬하고, 격렬할수록 무내용하고, 무내용할수록 진지하고, 진지할수록 기만적이다”고 썼다.

팽목항에 함께 간 송경동 시인은 “김훈 작가가 사석에서 ‘팽목항에 가 보고 싶다’고 한 후 문학인의 버스 운행이 결정됐다”고 했다. 그러나 김훈 작가는 “나는 발의한 작가들 중 한 사람이고 자연스럽게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슬프고 참혹한 일을 당한 집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생각으로 버스에 올랐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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