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깊은 밤에 여러 번 깨어났다
내가 무엇을 읽은 것 같아서
이장욱 ‘밤의 독서’ 일부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고 오늘의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운세를 훑어본 뒤 오늘의 일을 무사히 끝마쳤건만, 잠자리에 누운 순간 오늘의 문장을 다 읽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웃고 비웃음 당하고 경멸하고 경멸 당했던 오늘 하루 중 문장이 되지 못하고 떠내려간 건 뭘까. 눈 앞에서 표류하는 문장을 잡으려고 손을 뻗을 때 시인의 속삭임에 오싹 소름이 돋는다. “밤의 접힌 부분을 펴자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문장들이 튀어 나왔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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