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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통치기 망신주기 한탕주의 국감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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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통치기 망신주기 한탕주의 국감은 이제 그만

입력
2014.10.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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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각 상임위 별로 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국정감사 대상기관은 지난해보다 42곳 많은 672곳에 이른다. 1988년 국정감사 부활이래 최대 규모다. 그런데 감사기간은 공휴일을 빼면 2주 남짓에 불과하다. 이 짧은 기간에 내실 있는 국감이 이뤄지라고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어렵다. 더구나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둘러싼 여야 대치 와중에 올해부터 1, 2차로 나누어 실시하기로 했던 분리국감이 무산됐고, 일정이 두 번이나 연기되면서 의원들의 준비가 소홀해 어느 해보다 부실한 국감이 될 우려가 크다.

정치적으로 폭발성이 큰 쟁점이 수두룩한 것도 이번 국감이 본연의 기능과 역할보다는 정치공방과 파행으로 흐를 개연성을 높인다. 국회 운영위와 법사위 안행위 농해수위 등 세월호 관련 상임위는 증인채택 등을 놓고 여야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무죄판결 논란이 핵심 쟁점인 법사위는 작년에 이어 지난 대선의 국정원 댓글 사건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국감이 정치 대결장이 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 차분한 정책 감사로 국감의 기조를 잡아갈 때가 됐다.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민간 기업인의 무더기 증인신청은 매년 되풀이 되는 국정감사의 또 다른 문제점이다. 이번에도 야당은 부당노동행위 의혹 등을 다루기 위해서라며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증인채택을 요구하고 있고 황창규 KT 대표이사 등 다수의 전ㆍ현직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국감 증언석에 불려 나오게 됐다.

국회 국정감사법 10조는‘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누구든지 국회 상임위가 의결하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민간기업인을 증언대에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민간기업인을 불러 놓고 정작 필요한 질문은 안하고 호통이나 치고 창피주기 군기잡기에 열을 올리는 행태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국회가 기업인들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데 앞장선다는 원성을 들어서는 안 된다.

국회 국정감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이 낸 혈세를 집행하는 정부기관 및 그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예산집행과 정책 추진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고 시정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국감 부활 이후 여야 정권교체가 이어졌지만 이 같은 국감 본연의 임무는 뒷전인 채 정치공방, 폭로성 한 건주의, 수박 겉핥기식 구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국감 행태에 이골이 난 국민들이지만 참고 넘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야 정치권은 이 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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