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지법은 대리운전기사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행인 2명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검찰과 경찰이 정권을 의식해 무리하게 사건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검경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증거인멸 우려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자료와 피의자들의 주거, 생활환경 등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초기단계에서 폭행장면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 관련 증거를 모두 확보한 상태였다. 불구속 상태라고 해서 인멸할 증거가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유가족 모두가 경찰 조사에 응한 만큼 도주의 우려도 없다고 봐야 한다. 피의자들이 일부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를 증거인멸 가능성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다. 정당한 변론권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
전치 4주의 피해를 입은 단순폭행 사건에 무더기 영장을 신청한 것부터가 관행을 벗어난 과잉조치였다. 검찰 내부 지침상 공동상해 사건의 경우 전치 6주 이상에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은 경우를 구속영장 청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치 2~4주 폭행 사건의 경우 전과가 있거나 상습적이지 않다면 영장을 신청하지 않는 게 관례다. 더욱이 폭행 사건에 연루된 유가족들은 세월호 대책위에서 전원 사퇴했을 뿐 아니라 대리기사에게 사과하고 병문안을 하는 등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몇 달 전 아이들을 한꺼번에 잃은 슬픔과 고통이 채 사라지지 않은 심신미약의 상태에 놓여있기도 하다.
물론 세월호 유가족들의 대리기사 폭행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지탄의 대상이 된다고 해서 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 더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법의 존엄성과 공정성 훼손이라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검경은 “사회적 약자인 대리운전기사”“선량한 시민”등의 표현을 쓰면서 세월호 유족들의 부도덕성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검경의 이런 태도는 최근 세월호 유족을 분열ㆍ고립시키려는 일부 세력의 일탈 행위와 무관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건에 접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주기에 충분하다. 영장청구 시점이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놓고 한참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이었다는 점도 검경의 방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검경은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채 사건 자체만을 놓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이번 사건에서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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