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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을 녹여 낸 역작, 그 탄생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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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을 녹여 낸 역작, 그 탄생의 비밀은

입력
2014.10.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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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 레스터 지음ㆍ오숙은 옮김

뿌리와이파리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중첩된 원과 정사각형 안에서 나체의 사지를 활짝 펼친 근엄한 표정의 남자. 아마 전세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한 이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490년경 그린 ‘비트루비우스 인간’이다. ‘르네상스 정신의 총체’ ‘미술, 과학, 철학, 해부학을 한 장에 녹여낸 역작’ 등 그림에 대한 극찬은 넘쳐나지만 정작 그것이 탄생한 내막을 자세히 아는 이는 없다.

토비 레스터의 ‘다 빈치, 비트루비우스를 그리다’는 여기에서 출발한다.‘애틀랜틱’ 등 미국 유수 잡지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저자는 1300년경 그려진 세계지도의 구조가 다 빈치의 그림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눈을 번쩍 뜬다. 이후 찾아본 중세의 필사본들 가령 세계지도, 별자리 안내서, 점성술 도표, 의학서 삽화에서도 같은 구조가 반복되자 레스터는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린다.“혹시 그 그림에 다른 어떤 것이 담겨 있지 않을까? (…) 그 그림이 레오나르도와 그의 시대를 보여줄 일종의 창이 되지 않을까?”

이 같은 확신을 바탕으로 책은 그림의 내막을 추적해 들어간다. 추적의 한 축은 다 빈치 개인의 생이다. 완벽한 르네상스적 인간, 시대를 초월한 예언자로 이상화됐던 그가 실은 모든 면에서 중세적인 인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를 상징하는 불멸의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따라간다.

또 다른 축은 그림에 담겨 있는 사상, 즉 소우주론에 대한 것이다. 그림의 이름은 기원전1세기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에게서 따왔는데, 그는 인체의 설계가 우주에 감춰진 기하학과 일치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우주를 상징하는 원과 지상을 뜻하는 정사각형, 두 도형 안에 인간이 꼭 맞게 들어간다는 주장으로 발전했다. 인체를 축소된 세계로 보는 그의 생각은 이후 약 1,50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레오나르도와 조우한다. 저자는 이 기간 동안 소우주론이 지나온 여정을 설명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로마의 토지 측량 기술, 제국이라는 관념, 초기 기독교의 기하학적 상징, 유럽의 대성당들, 이슬람의 소우주 개념, 피렌체의 미술 공방,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들, 인체 해부, 르네상스 건축 이론 등 수많은 사람과 관념과 시대와 사상을 끌어 들인다. 뉴욕타임스가 이 책을 “훌륭한 가치가 있는 역사책”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흥미로운 가능성 하나를 제시하는데, 바로 그림 속 남자의 얼굴이 다 빈치 자신의 얼굴일 확률이다. 그는 다 빈치의 외모에 대한 동시대 인물들의 증언과 다 빈치가 했던 말 “인간적 이상을 포착하려고 한다면 우선 자기 몸을 측정하라”을 근거로 내세우며 이렇게 말한다.“이 그림을 사색의 행위로 생각해보라. 레오나르도가 눈썹을 찌푸린 채 자신을 응시하면서 자신의 본성에 담긴 비밀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일종의 형이상학적 초상화로 말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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