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당시 건강하던 이건희(가운데)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오른쪽) 부회장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삼성그룹이 76년 역사에서 크게 변화해야 할 지점에 서 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힘겨운 과제를 맡고 있다.”

안정적 경영권 승계와 관련, 삼성그룹 역사상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승계를 기다리며’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삼성이 처한 상황과 이 부회장의 과제 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먼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0년 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인용하면서 현재 연매출 400조원, 36만9,000명의 직원과 74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 스토리로 풀어나갔다.

특히 삼성전자가 라이벌 기업들을 잇달아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평판 TV, 스마트폰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했지만, 다시 경고 수준의 실적 발표가 나온다면 이젠 변화가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에 대한 평가와 선결 과제도 제시했다. 장기 입원 중인 이 회장의 경영복귀가 불투명한 가운데 외아들인 이 부회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알려진 건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겸손하고 온화한 인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의 절제된 성격이 미래 성장을 위한 인재 채용이나 협력사들과의 협업 등 현재 삼성그룹에 필요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까칠했던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관계도 원만했던 이 부회장은 잡스 추모식에 유일하게 초청 받은 삼성그룹 중역이었다는 사실도 부각시켰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에 주목했다. 삼성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카드→제일모직’ 등으로 이뤄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제일모직·삼성SDS 상장과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등의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숀 코크란 CLSA증권 수석투자분석가는 “일련의 구조재편 이유로는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강화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6조원대의 상속세 문제 해결이며 아마도 내년 초 제일모직 상장이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 계열사이지만 불안해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문도 주목했다. 한 때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1을 차지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중국 업체들의 공세 등으로 25%대로 떨어진 반면, 경쟁사인 애플 ‘아이폰6’는 출시 사흘 만에 1,000만대 이상 팔렸다는 사실 또한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힘겨운 과제를 떠맡았다”며 “그가 승계할 때는 스스로 ‘모든 것을 바꾸라’는 연설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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