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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인 게 까닭 없이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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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인 게 까닭 없이 좋아졌어요"

입력
2014.10.0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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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메다 슌사쿠ㆍ우메다 요시코 지음, 조세진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발행ㆍ304쪽ㆍ1만4,800원

중학교를 자퇴한 소년이 세상 속으로 나가는 성장담이다. 불안하고 막막하겠지만 기운을 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 책처럼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속삭이지는 못할 것 같다. 꼰대의 설교 같은 냄새가 전혀 없어서 좋다. 주인공은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걸음을 내딛는다.

요시오는 심란하다.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당하자 가출해서 소식조차 끊긴 아빠 때문이다. 반 친구들이 아빠 일로 놀리자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친다. 교실 유리창을 죄다 박살낸 것이다. 이후 다들 요시오를 피한다. 미운 털이 박힌 채 거북하지만 그래도 학교라는 연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던 요시오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굴욕스런 학교 생활을 박차고 나간다.

학교를 그만둔 어린 소년이 혼자서 세상을 감당하기란 벅찬 일이다. 눈총 받는 게 싫어서 뒷길로 다니던 소년에게 힘을 준 것은 주변 사람들의 조용한 격려, 그리고 실성한 떠돌이 노인 타우타우다. 요시오는 바닷가에 홀로 서 있는 노인에게서 가출할 만큼 외로웠을 아빠를 떠올리고, 물 웅덩이 놀이에 푹 빠진 그의 천진한 모습을 보면서 두려움에 맞설 용기를 얻는다. 차에 치어 죽은 고양이를 상자에 고이 담는 노인을 보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한다. 마침내 “나는 나인 게 까닭 없이 좋다”고 느끼게 된 요시오는 두려움을 떨치고 세상으로 나간다.

심리 묘사가 섬세하고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지만, 나이와 상관 없이 외롭거나 불안한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청소년 대상 문학으로는 드물게 300쪽이 넘는 컬러 그림책 형식이다. 나이테가 보이는 나무판에 그린 그림이 요시오의 눈에 비친 세상과 마음 상태를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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