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피아는 불법에만 의지해 돈을 불리지 않는다. 각종 사업 분야에 합법적으로 진출해 부를 쌓고 조직을 키우고 있다. 합법 기업은 마약으로 번 돈을 세탁하기 용이하다. 사업다각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마피아가 주인인 회사라 아이러니하게도 경쟁력도 뛰어나다. 마피아에 보호비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평범한 기업과 달리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마피아 세력의 약화를 위해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에도 철퇴를 가하고 있다. 범죄집단으로 몰수한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까지 두고 있다. 하지만 마피아의 합법 기업을 없애는 게 간단치만은 않다. 최근 영국 방송 BBC는 마피아가 보유한 기업을 적발해 정상적인 주인을 찾아주는 과정에 여러 난관이 뒤따른다고 보도했다.
마피아 출신 사장에게 충성을 다한 고참 직원들이 최대 복병이다. 숙련된 직원이긴 하나 마피아와 연루돼 고용을 계속 유지하기도 곤란하다. 누가 마피아와 연계돼 있는지 파악하는 일도 골치거리다.
마피아와 연결고리를 지닌 고참직원의 해고는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생산성이 떨어지니 버텨내기 어렵다. 나폴리에서만 300개의 마피가 기업이 몰수돼 자산관리기관에 넘어갔으나 6개 기업만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마피아가 기업을 일으켜 고용을 창출했는데, 정부가 끼어들면서 실직 사태가 벌어지는 꼴이다. “마피아가 일을 주는 반면 정부는 해고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법의 원칙보다 마피아와 가까이 하는 게 지역사회를 더 안락하게 한다. 이탈리아 사회에서 마피아가 근절되지 않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마피아와의 전쟁은 세금 제도까지 바꾸고 있다. 지난달 25일 DPA통신에 따르면 마피아의 주요 거점 중 하나인 나폴리 당국은 최근 새로운 세제 혜택을 발표했다. 마피아의 강탈과 불법도박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피해 내역을 경찰에 신고하고 그 내용이 법정에서 사실로 밝혀지면 3년 동안 지방세를 면제해주겠다는 내용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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