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대구 출신 ‘영남 독식’ 논란
양승우 금융권 경험 전무 약점
내부 인사는 중량감 떨어져
외부도 이력 등 적잖은 흠결 있어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가 8명으로 추려졌다. KB사태가 낙하산 최고경영자(CEO) 간 권력 다툼에서 비롯된 것을 의식한 듯 민간 인사 위주로 꾸려졌지만, 그 면면을 보면 최종 낙점까지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외부 인사의 경우 이력이나 배경 등에서 적잖은 흠결이 있고, KB금융 내부 인사들은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일 오후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3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1차 후보군 9명을 확정했다. 회추위원 9명이 각각 1순위에서 5순위까지 5명을 추천해 상위 득점자를 고르는 방식으로 정했다. 이중 관료 출신인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이 후보군 발표 직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군은 8명으로 줄었다.
당초 회추위가 선정한 9명의 후보 중 외부 출신 인사는 이 사장을 포함해 4명. 면면을 보면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줄곧 후보로 거론돼 왔던 인물이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 전 부회장은 작년 7월 임영록 전 회장과 KB금융 회장 자리를 다투다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다. 이 전 부회장은 대구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당시 금융인들을 규합해 박근혜 대통령 지지 선언을 이끌어 낸 인물이어서 최종 낙점이 될 경우 낙하산 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신한, 우리, 하나 등 ‘금융지주사 CEO의 영남 독식’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양승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은 그 동안 하마평에 거론되지 않던 인물. 줄곧 회계사의 길을 걸으며 2012년에는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선거에까지 출마한 ‘뼛속까지 회계사’다. 은행 등 금융권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본인이 명단 공개를 원하지 않아 비공개된 1명의 외부 출신 후보는 하영구 씨티은행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10년 넘게 씨티은행장 자리를 지켜오며 막대한 연봉을 챙겨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최종 낙점 시 역시 여론의 저항이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부 인사는 여러 논란의 여지를 안은데다 국민은행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내부 출신이 회장이 돼야 KB금융이 발전한다”는 입장을 회추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무게추는 5명이 포함된 내부 인사 쪽으로 더 쏠리긴 하지만, 문제는 중량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과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 등에게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의 수장 자리가 버겁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내부 인사로 분류된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의 경우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불명예 퇴진한 전력을 안고 있는 인사여서 논란의 소지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회추위는 이날 선정된 후보군 9명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평판 조회를 하고, 이어 4차 회의에서 회추위원이 각각 1~3순위자를 꼽아 2차 후보군을 4명 내외로 추릴 예정. 회추위는 2차 후보군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하고, 이달 말 최종 회장후보자 1명을 선정한다. 최종 회장 후보는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로 결정한다. KB금융지주 회장은 다음달 2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선임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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