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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정한 연출가는 '관객'

입력
2014.10.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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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교 2학년 때 연극을 처음 접했다. 당시 배우로 무대에 선 이후 방향을 전환해 무대감독과 조연출을 거치고 나서 비로소 연출가가 됐으며, 그 길을 업으로 삼아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있다.

연출가로 오랜 시간을 지내오면서 얻은 값진 교훈이 하나 있다. 바로 연출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 사람들의 기량과 노력이 모여 완성된다는 것이다. 특히 성공적인 연출의 마무리는 관객의 힘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이를 여실히 깨닫게 해준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온 국민이 기억하는 1988년 열린 ‘제24회 서울 올림픽’이다. 당시 필자는 개ㆍ폐막식의 제작단장 겸 총연출을 맡아 하루하루를 쉴 틈 없이 뛰어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으로 세계적인 행사를 준비하는 막연함 속에서, 아이디어 발굴부터 실행에 옮기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교류했다.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내고, 누군가는 실행을 하고, 또 누군가는 전반적인 감독을 맡았다. 이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전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의 뛰어난 콘텐츠 기획력에 깜짝 놀랐던 서울올림픽이 탄생한 것이다.

서울올림픽의 성공 뒤에는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냈던 성숙한 관객들이 있었다. 관객들은 행사를 만드는 또 하나의 주체로서 대회가 열리는 곳곳마다 적극적으로 찾아와 열띤 응원은 물론 자원봉사 활동까지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당시 성공리에 행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한 가장 뛰어난 연출가는 바로 관객이었다.

이런 생각은 최근 성공리에 막을 내린 ‘이스탄불 in 경주 2014’의 경우에도 변함이 없었다. 9월 12일부터 22일까지 총 11일 간 진행됐던 ‘이스탄불 in 경주 2014’ 행사는 국내 최초로 열린 이스탄불 문화축제였다.

총감독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진정한 연출가는 관객이라는 생각 아래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하나로 모았다. 다행히 본 행사에는 여러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역량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유럽의 역사문화 수도인 터키 이스탄불이 한국 경주에서 주최하는 대규모 문화축제였다. 대규모 예산과 문화예술인을 투입한 터키의 용기 있는 시도에 적극적인 관심으로 보답해 터키가 이번 행사는 물론 대한민국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지난달 12일 펼쳐진 개막식에 6,000여 명의 관람객이 모였고, 화려한 터키 갈라쇼가 펼쳐지며 성공적인 첫 시작을 열었다. 더불어 세계 최초의 군악대인 ‘메흐테르 군악대’를 비롯해 클라리넷의 거장 세르칸 차으르 공연 등 진행되는 행사마다 연일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훌륭한 문화콘텐츠와 관객들의 열렬한 관심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행사는 더욱 활기를 띌 수 있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진정한 연출가는 바로 ‘관객’이다. 서울올림픽과 같이 이번 ‘이스탄불 in 경주 2014’는 소수가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관객들의 지원이 절대적인 행사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해외국가와 문화를 교류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행사를 진행하는데 관객들의 적극적인 자세는 국가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행사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현장을 찾아주신 성숙한 관객들이 바로 이 행사를 이끈 진정한 주인공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한다 한들 그것을 함께 즐겨줄 관객이 없는 축제는 속 빈 강정과 다름없다. 이번 ‘이스탄불 in 경주 2014’는 수많은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성공적인 문화행사로 기록될 수 있었다. 가장 훌륭한 연출가이자 관객으로서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셨던 국민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표재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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