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등 국악원 민속국악단 6명
7,8일 예악당서 '류(流)' 무대에
“내면의 감정을 남성적으로, 또 사실적으로 표출하는 가락의 힘이죠,”체계적으로 전승된 것이 없어 자신이 직접 짠 가락을 선보일 태평소 주자 이호진(38)의 말은 민속악의 절정인 시나위의 정신을 압축한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젊은 단원들의 무대‘류(流)’에는 변해가는 세월을 수용하는 민속악의 정신이 넘쳐난다. 예술감독 안숙선씨가 “내 생애, 손에 꼽을 만큼 미래가 기대되는 보석들” 이라 빗댄 젊은 주자 6명이 이틀에 걸쳐 펼쳐낼 성찬이다.
피리 주자이기도 한 이호진이 먼저 7일 서용석류 피리 산조도 곁들여 무대의 출발을 알린다. 이어 출연진 중 맏언니격으로, 해금의 4개 유파를 두루 섭렵한 해금 주자 김정림(45)이 지영희류의 해금산조로 잇는다. 그는 “남도 계면조 위주의 한범수류, 시나위 가락을 주조로 하는 서용석류, 엇모리ㆍ단모리 대목이 인상적인 김영재류와 함께 4대 해금 산조를 이루는 지 선생의 산조는 대풍류의 영향으로 가락이 밝다”며 “중등ㆍ고등ㆍ대학 교과서가 모두 채택한 정통 선율”이라고 말했다.
또 김죽파류의 가야금 주자 문경아(41)가 펼치는 산조에 이어 첫 날 무대는 세 출연자가 함께 하는 ‘굿풍류 시나위’로 마무리된다. 자기의 장기를 총동원해 펼치는 즉흥의 극치다.
이튿날은 대금의 명인 원장현의 장남 완철(40)이 선보이는 원장현류 대금산조는 물론 그의 장기인 소금 연주가 함께 한다, 특히 이 날 소금 연주는 최초로 공개되는 원완철류 소금 산조다. 이에 앞서 젊은 여성 거문고 주자 이선희(27)거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로 선이 굵고 꿋꿋한 거문고의 제맛을 보여준다.
최연소 출연자인 아쟁의 윤서경(36)은 부친이 일궈낸 윤윤석류 아쟁 산조의 맥을 고스란히 잇는 모습을 보여준다. 창작 국악단 바이날로그 등의 주요 멤버로 진보적 국악의 길을
이끌고도 있는 그가 모처럼 보여줄 정통의 현장이다. 이 날 마지막, 세 출연자는 또 하나의 신작을 길어 올린다. 공동 구성한 ‘허튼가락 시나위’는 영원히 갱생하는 민속악의 모습을 웅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악기의 현과 연주자들을 형상화한 기하학적 무대, 상식을 깬 연주자의 등퇴장로, 색상이 변하는 바닥 등 이들 젊은 국악의 힘을 형상화해 낼 무대 미술 또한 기대된다. 안숙선씨는 “밤새워 연습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니 ‘밟아도 밟아도 일어서는 야생초 같은 음악을 하라’는 만정 김소희 선생의 말이 떠오르며 눈물까지 나오더라”고 말했다. 오후 8시 국립국악원 예악당 (02)5803320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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