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뻔한 결과를 지레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상대는 십수억의 연봉으로 무장한 ‘유럽 연합군’이다. 한국은 기껏해야 고연봉자들이 1억원을 간신히 넘는 실정이었다. 더군다나 엔트리에 든 18명의 몸값을 추정해 보면 카타르는 최소 140억원의 ‘호화 군단’이다. 한국 대표팀은 20억원도 채 되지 않았다.
카타르는 18명 중 14명이 귀화 선수다. 막강한 오일 머니를 앞세워 수준 높은 선수들을 긁어 모았다. 핸드볼 강국 몬테네그로, 프랑스, 스페인, 튀니지, 쿠바 등 면면도 화려하다. 센터백 로이네 베르트란드는 3년 전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선수다. 몬테네그로에서 태어난 고란 스토야노비치는 독일에서 10년간 뛰었던 골키퍼다. 카타르는 고급 아파트와 10억원 안팎의 연봉을 쥐어 주며 비아시아권 선수들을 수입했다.
한국과 카타르의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핸드볼 결승전이 열린 2일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 김태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전후반 내내 접전을 벌였지만 21-24로 아깝게 패했다. 대회 2연패는 물론 12년 만의 남녀 동반 우승을 노리던 대표팀은 막판 고비를 넘지 못했다.
‘쩐’의 힘이었다. 캡틴 박중규(31ㆍ웰컴론코로사) 등 선수들은 “자신 있게”, “침착하게” 등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자기 암시를 걸었지만 2%가 부족했다. ‘카타르인 같지 않은’ 카타르 선수들은 10㎝는 족히 커 보이는 신장과 월등한 파워를 십분 활용했다. 우리 선수들은 잡고 늘어지려 했지만 이마저도 뚫렸다. 아시아권에서 접하지 못한 엄청난 힘이었다.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웠다. 대표팀은 골키퍼 이동명(두산)이 뒷문을 든든하게 걸어 잠그고 엄효원(인천도시공사)과 박중규가 공격을 이끌며 전반을 11-12로 마쳤다. 후반 들어서도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시소 게임을 벌였고 중반에는 리드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 경기 막판 베르트란드, 하사발라 마흐누드 등에 연속 골을 얻어 맞아 무릎을 꿇었다.
인천=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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