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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전11기 끝에 기적의 1승 올린 여자 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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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전11기 끝에 기적의 1승 올린 여자 럭비

입력
2014.10.0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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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럭비, 3월 12명 팀 급조, 1승 목표로 6개월 강훈

11번째 경기에서 라오스 꺾어 금메달 부럽지않은 감동의 승리

김동리(22)가 2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 럭비 라오스와의 9-10위 순위 결정전에서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있다. 인천=뉴시스
김동리(22)가 2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 럭비 라오스와의 9-10위 순위 결정전에서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있다. 인천=뉴시스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얼싸안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마치 금메달을 딴 것 같은 이 광경은 한국 여자 럭비의 ‘1승’ 후 모습이었다. 10개 참가국 가운데 9위로 간신히 꼴찌만 면했을 뿐이지만 선수들에겐 우승 못지 않은 아시안게임 첫 승을 일군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한국은 2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 럭비 9-10위 결정전에서 라오스를 34-0으로 대파했다.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7인제 여자 럭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저우 대회에서는 6전 전패에 그쳤다. 총 239점을 내주는 동안 단 15점만을 냈다.

그래서 이번 대회 목표를‘첫 승’으로 정한 대표팀은 싱가포르와 첫 경기에서 0-19로 완패했다. 이어 열린 일본과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0-50, 0-64로 대패할 때까지만 해도 1승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는 선제점을 내면서 7-10으로 아쉽게 역전패해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꼭 11번째 경기였던 이날 그토록 갈망하던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 여자 럭비 대표팀은 광저우 대회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여자 럭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꾸려졌다.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었고, 그렇게 럭비공 한 번 만져본 적 없는 24명이 모였다. 연습 3개월 만에 출전한 광저우 대회에서 6전 전패는 당연했다. 실업팀이 하나도 없는 럭비 불모지 한국에서 외인부대가 모여 만든 1승은 기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대학팀도 지난 3월 창단한 수원여대 럭비팀이 유일하며 동호인 클럽도 2개뿐이다. 지난 3월에서 선발전이라는 구색을 갖춰 대학생과 예비 사회인으로 12명의 선수단을 꾸렸고, 4월부터 6개월간 강훈에 돌입했다.

척박한 여자 럭비의 1승 목표를 위해 투신한 선수들은 간절히 바라던 첫 승에 성공한 뒤 목을 놓아 통곡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한국 여자 럭비는 다음 목표가 생겼다. 2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다. 이진욱 대표팀 코치는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첫 승을 올려 의미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올림픽 에선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패배 직후 얼굴을 감싸 안고 눈물을 흘렸던 주장 서미지(23ㆍ삼육대)는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라오스보다 강한 팀에도 이기고 싶다”면서 “물질적 지원보다 관심이 중요하다. 럭비가 정말 멋있고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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