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추가 전염 여부 조사 중 친구·가족 중 1명 의심환자 추정
"초기진단 부실로 2일 허비" 당국도 의료진 실수 인정
미국에서 첫 에볼라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여러 공항을 경유해 자국에 입국하고, 의료진이 초기 검진을 잘못한 사실이 드러나 전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일 뉴욕타임스(NYT)와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로 판정 받은 환자는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 거주했던 40대 중반의 남성 토머스 에릭 던컨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몬로비아에서 에볼라 환자의 병원 이송을 돕다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던컨이 9월 20일 미국으로 돌아온 뒤 9월 26일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의료진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에볼라 감염 초기 나타나는 고열과 구토 증상을 보인 던컨은 당시 의료진에게 라이베리아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렸으나 의료진은 ‘낮은 단계의 전염병’ 정도로 오진해 항생제만 처방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던컨은 증상이 악화해 이틀 후인 28일 응급차에 실려 와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던컨을 격리 수용해 증상을 정밀 검진하지 않고 외부인과 접촉할 수 있도록 돌려보내 2일간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텍사스주 보건부와 던컨을 치료 중인 텍사스건강장로병원도 “의료진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당국은 던컨이 미국 입국 후 접촉한 사람들 중 추가 감염 환자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과 CDC 의료진은 던컨이 입원하기 전까지 접촉한 사람을 학생 5명 포함, 최대 20명으로 파악하고, 이들의 전염 여부를 자세히 관찰 중이다. 일단 던컨을 병원으로 옮긴 3명의 응급차 의료진은 에볼라 감염 조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댈러스 교육청도 “던컨이 지난 주말 접촉했던 초ㆍ중ㆍ고교생 5명이 아직 특별한 에볼라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국은 던컨의 친구 또는 가족 중 한 명을 두 번째 감염 의심 환자로 추정하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던컨이 3개 대륙, 4개 공항을 거쳐 텍사스에 도착한 사실도 2일 드러났다. 그는 에볼라 발병국인 라이베리아에 머물다 지난달 19일 수도 몬로비아의 로저스 국제공항을 떠나 20일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후 유나이티드 항공으로 갈아타고 같은 날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내렸다. 그는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최종 목적지인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댈러스ㆍ포트워스 국제공항엔 아프리카 직항노선이 없어 여러 항공편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볼라는 감염 증상을 보이는 상태에서 신체접촉을 통해서 전염되기 때문에 미국 도착 후 며칠 뒤에야 증상을 보인 던컨이 비행 도중 혹은 공항에서 누군가에게 전염시켰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던컨이 미국 도착 전까지 아무런 증세가 없어서 기내에서 전염시켰을 위험성은 제로”라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된 서아프리카 5개국의 지난달 28일 현재 감염자는 7,178명, 사망자는 3천338명이라고 발표했다. WHO는 또 현재까지 가장 유용한 것으로 판정된 실험단계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2개의 임상시험을 국제협력을 통해 연말까지 집중적으로 실시할 경우 이르면 내년 1∼2월에는 에볼라 백신을 양산ㆍ보급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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