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음원차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이돌 그룹의 쏟아지는 신곡 사이로 90년대 가수들의 음악이 눈에 띈다.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10월 음원차트에서 1, 2위를 차지한 ‘옛날 가수’는 서태지와 김동률. 이들은 성공적으로 차트에 입성하며 '옛날 가수'에서 '대세 가수’로 거듭났다.
김동률은 지난 1일 정규 6집 앨범 '동행'을 발표했다. 공개 직후 그는 타이틀곡 '그게 나야'를 포함, 수록곡 10곡을 모두 차트 상위권에 올렸다. 여기에 다음달 진행되는 전국 투어 콘서트 티켓이 오픈 2분 만에 매진되는 등 여전한 파워를 과시했다.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의 발매를 앞두고 있는 서태지는 2일 선공개곡 ‘소격동’을 내놨다. 솔로가수 아이유와 서태지가 콜라보레이션한 곡으로 1980년대 동네 골목의 시각적 감성이 잘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노래의 무대이기도 한 소격동은 군사정권 시절 많은 가혹행위가 있었던 동네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의미까지 부여됐다. '소격동'은 김동률의 타이틀곡 '그게 나야'를 하루만에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사실 작년부터 자신의 음악적 성향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대 입맛에 맞는 시도로 시너지를 극대화 한 ‘옛날 가수’의 컴백 소식이 잦았다.
신구의 조화를 극대화한 가수로는 '가왕' 조용필이 단연 으뜸. 조용필이 지난해 4월 발매한 앨범 '헬로'(Hello)는 기성세대와 함께 신세대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특히 수록곡 '바운스'(Bounce)는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점령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경쾌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영어 가사 등 신세대의 기호를 염두한 시도가 높게 평가됐다.
'여가왕' 이선희는 올해 3월 데뷔 30주년 기념앨범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그 중에 그대를 만나'는 포미닛, 배치기, 오렌지 캬라멜 등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빌보드 케이팝(K-POP) 핫 100'에서도 정상을 차지, '여왕의 귀환'을 전세계에 알렸다.
'1세대 만능엔터테이너' 임창정도 올해 3월 가수로 돌아왔다. 5년 만에 컴백한 임창정은 정규 12집 앨범의 타이틀곡 '흔한노래'를 각종 음원차트 1위에 올렸다. 특히 수록곡들도 대부분 상위권에 오르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신혜성의 리메이크 앨범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히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에게 옛날 가수들의 음악은 더 이상 고리타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젊은층은 옛날 가수들의 음악에서 요즘 곡에서는 찾기 힘든 힐링의 감성을 발견한다. 기성세대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추억을 더듬는다. 여기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시대 감성을 따라가는 가수들의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다음엔 또 어떤 옛날 가수가 화려한 귀환을 알릴까.
이소라 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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