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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혼자서 할 때 더 좋은일

입력
2014.10.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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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영화를 어떻게 봐?” 영화 보러 가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가 수화기 너머에서 경악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혼자 보는 게 좋더라.” “너 참 이상하다. 거기 다 커플이나 친구들끼리 손 붙잡고 올 텐데 너 혼자 민망하잖아.” “혼자니까 괜찮아.” 전화를 끊고 나니, 친구와 나는 ‘혼자’라는 말을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친구는 혼자가 갖는 ‘동떨어진’ 느낌에 무게를 둔 반면, 나는 혼자가 주는 ‘자유로운’ 느낌을 떠올린 것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혼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종로 쪽에 갈 일이 있으면 낙원동에 들러 영화 시간표를 확인하는 게 대학 시절의 큰 기쁨이었다. “한 장이요?” “네.” 매표원의 질문에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에는 아마 혼자라고 말하며 낯을 조금 붉혔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듣던 대로 아주 좋았고 나는 한껏 충만해져서 밖으로 나왔다. 햇살이 푸지게 쏟아지는 광경을 보니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라 싱긋 웃었다. 혼자서 할 때 더 좋은 일이란 아마 이런 게 아닐까. 근처 커피숍에 들러 영화를 보며 떠오른 이런저런 생각들을 메모하고 있는데, 예의 그 친구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친구들이 다 모였는데, 술 한잔하러 건너오라는 것이었다. “그래, 술은 같이 마시는 게 좋지.”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친구가 수화기 저편에서 덩달아 웃고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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