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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 장관 퇴진 없이 아무것도 해결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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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 장관 퇴진 없이 아무것도 해결 안 된다"

입력
2014.10.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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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 장관 사퇴 요구 거부하자 시위대 속속 집무실 앞으로 집결

추기경 "장관 퇴진만이 해결책" 美·英 등 수만명 학생들 연대 시위

박일근 특파원
박일근 특파원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이 2일 학생들과 시민들의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시위대가 속속 렁 장관의 집무실 앞으로 집결함에 따라 양측의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영국 대만 마카오 등에서는 지지 집회 등이 잇따르며 홍콩에서 시작된 민주화 열기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단체 관광객의 홍콩행을 차단하는 등 분위기가 대륙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이다.

홍콩 민주화 시위는 2일로 닷새째를 맞았다. 도심 주요 도로를 점거한 학생과 시민들의 점거 시위는 이날도 정부종합청사 및 애드미럴티(金鐘)역 부근과 코스웨이베이, 몽콕 등지에서 계속 이어졌다.

시위대 일부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렁 장관의 집무실이 있는 정부종합청사 앞의 팀와 거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전날 홍콩 8개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가 렁 장관이 이날까지 사임하지 않을 경우 주요 정부 건물을 점거하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시위대는 확성기를 들고 “렁춘잉은 물러나라, 당신을 더 이상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외쳤다.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한 채 도로에서 밤을 꼬박 샜다.

시위대 본진은 정부종합청사 남쪽과 지하철 애드미럴티역 사이를 장악하고 있다. 정부청사 북쪽에 있는 렁 장관의 집무실 앞까지 시위대가 몰려들어 사실상 정부종합청사를 포위한 모양새가 됐다. 정부종합청사와 서쪽으로 길 하나 사이엔 중국인민해방군 주(駐)홍콩 부대 건물도 자리잡고 있다.

로마가톨릭 교회 홍콩교구의 조지프 젠(陳日軍) 추기경은 2일 “가톨릭은 퇴진이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지금은 렁 장관의 퇴진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는 상태”라며 “렁 장관이 물러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전선은 홍콩을 넘어 전 세계로 넓어지고 있다. 전날 보스턴 등 미국 전역에선 수만명의 학생들이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행진에 참가했다. 최소 40개 이상의 대학 학생들은 트위터에 ‘1일 홍콩을 위해 노란 옷을 입자’는 글을 전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영국 런던의 중국대사관 앞 거리에서도 3,000여명이 모여 연좌 시위를 벌였다. 검은색과 노란 옷으로 차려 입은 이들은 ‘노(No) 가짜 직선제, 진짜 직선제 나우(Now)’의 구호를 외치고 ‘영국의 중국인들은 홍콩의 진정한 직선 선거를 지지한다’는 플래카드를 앞세웠다. 마카오의 프렌드십 광장에서도 800여 학생들이 지지 시위를 벌였다. 호주 브리즈번의 퀸즈 공원에서도 200여명이 홍콩 시위를 응원했다.

전세계적 지지는 홍콩 시위 현장 하코트 거리의 중앙 분리대 벽에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각국의 응원 글을 담은 만국기가 걸린 데에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에는 한글로 ‘홍콩의 자유 민주주의와 자치권 보장을 위하여’라는 글을 적은 태극기도 들어 있다.

중국 중앙 정부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날 “중앙 정부는 렁 장관을 충분히 신뢰하며 그의 업무 역시 매우 만족스럽게 여긴다”고 전했다. 시위대의 렁 장관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 부주임을 지낸 천쭤얼 전국홍콩마카오연구회장도 “홍콩에 대한 중앙의 결정이 불법 시위로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시위의 동력이 사그라질 때까지 시간을 끄는 지연 전술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조바심도 엿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현지 여행업계를 인용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홍콩을 방문할 때 받아야 하는 비자 발급이 1일부터 중단됐다고 전했다. 홍콩을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민주화 시위를 본 뒤 돌아갈 경우 대륙으로 민주화 열기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중국 중앙 정부는 홍콩 시위와 관련된 용어나 사진의 인터넷 검색을 계속 차단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차단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1~7일 국경절 황금 연휴지만 홍콩은 2일까지만 휴일이다. 정상업무가 시작되는 3일부터 시위가 한풀 꺾일지, 아니면 렁 장관의 사퇴 거부에 분노한 시위대가 정부청사 점거 등에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해 사태로 더 커질지 주목된다.

홍콩=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의 도심점거 시위가 신중국 건국 65주년 기념일(국경절)인 1일로 나흘째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경절 연휴를 맞아 시위 참가자 수가 늘고 있으며 점거 지역도 확대됐다. 사진은 까우룽(九龍)반도 몽콕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 연합뉴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의 도심점거 시위가 신중국 건국 65주년 기념일(국경절)인 1일로 나흘째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경절 연휴를 맞아 시위 참가자 수가 늘고 있으며 점거 지역도 확대됐다. 사진은 까우룽(九龍)반도 몽콕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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