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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보다는 분산… 지역밀착형 소규모 녹색발전이 답이다

입력
2014.10.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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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소형 풍력·태양광 발전기 환경파괴 우려 없고 송전 손실 적어

2030년 소형 태양광 발전 규모 대규모 발전시장의 두 배 육박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서울 은평구 공영차고지 옥상에 설치한 100kW급 태양광발전소 연간 4인 가구 40세대가 쓸 수 있는 120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서울 은평구 공영차고지 옥상에 설치한 100kW급 태양광발전소 연간 4인 가구 40세대가 쓸 수 있는 120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지난달 1일 경북도지사, 영양군수, GS는 경북도청에서 체결하려던 30㎿급 영양풍력단지 개발에 관한 투자양해각서(MOU) 체결 행사를 취소했다. 산림파괴를 우려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항의방문을 예고한 탓이었다. 14만 세대(4인 가구 기준)가 쓸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풍력발전소가 세워질 경북 영양읍 무창리는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수달, 담비, 삵의 서식지다.

전북의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허가면적은 2011년 약 64만㎡에서 지난해 423만㎡로 3년간 6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대규모 발전시설이 농지를 전용하거나 야산을 파괴해 지역사회에 또 다른 환경파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대 행정학부 진상현 교수는 “친환경 에너지가 도리어 환경을 훼손하는 역설에서 자유로운 것이 바로 소규모 녹색 발전”이라고 말했다.

소형 태양광 발전 잠재력 매우 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풀뿌리 발전소’가 고유가ㆍ기후변화 대응ㆍ에너지 분산화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가정에 소형 풍력ㆍ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자가 발전하거나 협동조합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세우는 방식 등이다. 국내에선 전국적으로 20여개 조합이 태양광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소규모 지역밀착형 풀뿌리 발전소는 환경 파괴 우려가 없고, 멀리까지 송전하면서 손실되는 전력도 적다. 개인들도 소액 투자로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2012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총 용량 7만2,907㎿ 중 3만3,532㎿(45.99%)를 일반 시민ㆍ조합이 설치했다.

특히 소규모 태양광의 성장잠재력은 다른 신재생에너지를 압도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2030년 기준 대규모 태양광 발전의 시장 규모는 591GW인데 반해, 소형 태양광 발전은 950GW를 형성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도 올해부터 2026년까지 소형 태양광의 투자(1조2,710억달러ㆍ약 1,340조원)가 가장 활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육상 풍력(1조1,010억달러)과 대형 태양광(5,760억달러) 발전이 그 뒤를 이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난해 8월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에너지 분권화의 과제’ 보고서에서 “에너지 체계를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지역 분산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와 같은 집중형 발전시스템은 자연재해ㆍ테러 등 외부 충격에 특히 취약하고, 밀양 송전탑 갈등 같은 사회적 비용을 치를 소지가 크다. 서울과 경기의 전력자립도(2011년 기준)는 각각 3%, 24.5%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

정부도 올해 1월 발표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목표 중 하나로 분산형 전원 확대를 내걸었다. 하지만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풀뿌리 발전에 뛰어든 소형 발전사업자들은 발전소 건설 부지를 찾는 일에서부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3월과 6월 각각 50㎾ 태양전지를 서울 은평구 공영차고지에 설치, 현재 100㎾급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지를 선정하지 못해 착공이 6개월 이상 미뤄졌다. 임대료가 비싼 부지에서는 전기를 생산해 봐야 수익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합의 최승국 상임이사는 “서울시가 소유 건물의 옥상 임대료를 공시지가 대신 ㎾ 당 2만5,000원 받는 식으로 조례를 개정해 겨우 수익성을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례 개정으로 임대료 부담은 대폭 낮아졌다. 100㎾급 발전소를 세종문화회관 옥상에 설치할 경우 개정 전 임대료는 연간 1억2,000만원이나 되지만 개정 후엔 연간 250만원으로 줄어든다.

동국대 교양교육원 박진희 교수는 “묵묵부답인 정부가 오죽 답답했으면 지자체가 나서 활성화 정책을 내놨겠냐. 서울시가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발전시설 건설비용 저리융자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자체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여건 고려한 에너지계획 수립해야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소규모 풀뿌리 발전을 활성화해 집중형 에너지 공급 체계를 분산형으로 바꾸려면 무엇보다 시민참여와 지자체의 권한ㆍ책임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기개발연구원 환경연구실 고재경 연구위원은 “자연환경, 지역 주민의 공감대 형성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지역에너지계획을 지자체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현 교수도 “각 지역별 에너지수급계획, 신재생에너지 공급 잠재량 조사 등을 토대로 지역에너지계획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발이 아니라 상향식 개발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상징적인 건물에 소형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세우거나 신재생에너지 상담ㆍ관련 시설 관리 등을 담당하는 지역에너지 공사 설치 방안도 제안했다.

일부에서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나눠 맡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진희 교수는 “정책 수립ㆍ집행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독일처럼 환경부에 업무를 이관하거나 에너지기후변화부를 만든 영국처럼 관련 사업만 담당하는 부서를 두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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