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부장관 "한국과 협의 중" 국방부선 "협의 중인 바 없다"
MD 편입 등 주변국 마찰 우려 "부지조사 이미 완료" 뒷말까지

고도 40㎞ 이상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여부를 놓고 한미 양국이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가능성을 거론하며 양국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국방부는 “협의 중인 바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가 중국 미사일을 정면으로 겨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미 양국간 틈이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1개 포대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괌에 배치돼 있다”며 “세계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 일(사드 배치)이 맞는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는 1일“데이비드 헬비 동아시아부차관보를 통해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협의한 바도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관련 사실을 일축했다.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취임 직후 방송에서“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북핵이나 미사일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언하긴 했지만 이후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했다.
우리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간 미국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힘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다. 2011년 제임스 서먼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의회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이후, 미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사드 배치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부지조사도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6월 “개인적으로 (미국 정부에) 사드의 전개를 요청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간 입장 차이는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에서 기인한다. 사드는 우리 군이 보유한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2ㆍ요격 고도 20㎞ 이하)이나 구축 예정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보다 성능이 우수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동시에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국의 미사일까지 겨냥할 수 있다. 특히 사드 체계의 하나로 탄도 미사일을 추적하는 고성능 ‘TPY-2(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1,000km이상이어서 중국이 자국 미사일이 탐지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중국과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 동맹만 고려해 사드 배치에 응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편 그 동안 논란을 거듭해 온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는 이번 달 말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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