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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저성장 국면의 경제정책

입력
2014.10.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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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도 미국 유럽처럼 불평등 심각

정체 국면에선 소득재분배 강화해야

성장ㆍ고용 늘리려면 양적완화 검토할 때

저서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해진 토마 피케티의 열풍이 이제는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도 이미 미국이나 유럽과 유사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피케티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피케티가 중심테마로 지적하는 소득불평등의 해소가 우리의 절박한 과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피케티 논쟁도 ‘성장과 분배’ 중 우선순위를 강요했던 우리 사회의 진보ㆍ보수 논쟁과 그리 떨어져 있지 않다. 단지 피케티의 논점은 통계를 근거로 ‘더 이상 고속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에 치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통상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는 분배의 목소리가 크지 않다. 완전고용에 가깝던 시절에는 분배 기능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처럼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어 실업률이 늘어나면 저소득층이 한계상황에 몰리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기 때문에 분배에 대한 요구가 절실해진다.

피케티는 미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상위계층 1%의 소득이 국민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7년에 23.5%나 된다고 했다. 또 1950~1970년대 35%까지 떨어졌던 상위 10% 소득이 최근 50%까지 높아지는 등 1980년대 이후 분배가 악화했고,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유럽도 35%까지 올라왔다. 우리나라도 피케티의 분석틀을 이용해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최근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국세청 납세자료를 분석해 보니 소득계층 상위 10%의 점유율이 45%를 넘었다. 미국보다는 낮지만 일본 프랑스보다는 높게 나온 것으로, 우리의 소득불평등 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 사실 이들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이미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피케티는 이 같은 불평등의 근원은 자본수익률 증가속도가 경제성장률 증가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보면 주식투자나 이자 등 자본수익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의 수익률이 노동력만 동원하는 사람들의 수익률보다 높다 보니 불평등이 심화한다는 것이다. 반면 각국이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어서 어쩌면 영원히 고속성장은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저성장 국면에서는 자본에 어느 정도 통제를 가해 소득불평등을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소득불평등은 수요를 위축시키고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유발해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사토 요시유키 일본 츠쿠바대 교수는 저서 신자유주의와 권력에서 “케인즈적 복지국가는 세제 조치나 사회보장이라는 수단에 의한 소득재분배를 통해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통치에서 소득재분배라는 목표는 채용되지 않는다. 개인들 사이의 상대적 평등 같은 복지국가적 통치의 이념은 최저 생계소득만을 보장한다는 이념으로 교체된다”고 지적한다.

정성진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저 자본의 세계화와 축적체제의 위기에서 “분배의 불평등이 수요를 위축시켜 위기를 심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심화한 부익부빈익빈의 불평등 역시 총수요의 위축을 가져와 위기의 배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한다.

불평등을 해소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되고 있으나 방법론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최고소득층에 60% 이르는 소득세를 매겨 재분배를 확대해야 한다는 피케티의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정부도 “증세는 없다”고 못박고 있어서 당분간 부자증세는 없을 것이다. 반면 증세를 통하지 않고 교육투자, 기술혁신 등으로 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는 직접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때 마침 나온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의 언급이 반갑다. 손 교수는 30일 워싱턴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한국이 앞으로 5~10년간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며 따라서 (일본이나 중국처럼)한국판 양적완화(QE)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규제가 줄어들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 고용도 창출되고 세금수입도 늘어나므로 규제완화도 더 공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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