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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 시달린 고향, 한국과 비슷…내 연극 보고 한국적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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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 시달린 고향, 한국과 비슷…내 연극 보고 한국적이래요"

입력
2014.10.0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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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주변국의 간섭과 견제를 받았다는 점에서 제 고향은 한국과 닮았습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사람이 허그(포옹)를 잘 안 하는 것이지요.”

시종일관 위트가 넘쳤다. 그러나 연극계가 처한 현실을 이야기할 때는 사뭇 진지했다. 덴마크 연극 ‘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남자(이 세상에…)’의 극작가 엘링 옙센 (58)과의 만남은 그 자체가 희로애락이 담긴 연극과 같았다. 2000년 작 ‘이 세상에…’가 극단 유랑선에 의해 한국무대에 오른 것을 기념해 방한한 옙센을 만났다.

연극 ‘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남자'를 쓴 덴마크 작가 엘링 옙센.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연극 ‘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남자'를 쓴 덴마크 작가 엘링 옙센.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덴마크 현대희곡이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던 탓에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옙센은 덴마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가다. 희곡, 드라마 대본, 소설 등 글과 관련한 분야는 모두 섭렵할 정도로 활동 범위가 넓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1978년 ‘나이프와 포크가 들어있는 과자’를 시작으로 프레벤 하리스연극상, 유럽방송연맹상, 덴마크극작가협회상 등 열 차례 넘게 작가상을 받았다. 소설 ‘울음의 예술’은 영화로 만들어져 2007년 골든 글러브상에 노미네이트됐다.

경력으로만 보면 화려한 인생이지만, 그의 인생은 주류의 삶에서 비껴나 있었다. 스스로 “전형적인 덴마크 작가가 아니다”고 밝힌 옙센은 “덴마크 남부의 작은 마을 그람에서 성장했는데 그곳은 현지어(지방언어), 독일어, 영어 세 언어가 혼용될 정도로 외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들이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누군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은연중 받으며 살아왔다”며 “내 삶의 경험이 작품 정서로 표현되다 보니 한국 관객들이 ‘이 세상에…’를 보고 ‘굉장히 한국적’이라고 평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서의 유사성과 달리 양국 연극계의 현실은 판이하다. 2011년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다 숨진 최고은 작가의 이야기를 듣자 옙센의 눈이 커졌다. 그는 “덴마크에는 예술인을 위한 보조금, 극장지원금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굶지 않는다”며 “이번 방한도 정부 지원금을 받아 성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1977년 극작가 데뷔 이후 작가로서 얻은 영광은 덴마크의 지원시스템 덕분”이라며 “국가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왕립극장은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소재로 극을 써볼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의 웃음 뒤에 숨은 삶의 고단함을 느꼈다”며 “산다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닌데도 항상 공손하게 예절을 지키는 모습은 그 자체로 연극의 역설적인 상황과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지는 않은데, 신문에 내 전화번호를 써주면 누군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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