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잠행이 30일로 27일째 접어들면서 근거 없는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쿠데타에 의한 김정은 체포설’등 김정은을 자극할 만한 내용들이지만 북한은 별다른 대응도 없다. 때문에 그의 행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채로 집권 이후 최장기 잠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리설주와 모란봉 음악회를 관람한 이후 두문불출한 김정은의 행보에 관심이 최고조로 집중된 시점은 25일 최고인민회의. 두 다리를 번갈아 가며 절뚝거렸던 그가 북한의 최고주권기구인 인민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과로로 인한 건강 이상부터 통풍, 과체중으로 인한 관절 손상 등 그의 건강 이상설에 힘이 실렸다. 특히 서방 정형외과 의사들이 그의 치료를 위해 북한에 들어간 사실이 정보 당국에 포착되면서 그의 칩거는‘다리 혹은 발목 질환’ 때문인 것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역시 25일 김정은이 현지 지도할 당시 다리를 심하게 절룩거리는 모습을 담은 기록영화를 보여주며“불편하신 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잠행이 계속되던 29일 ‘이란의 이슬람 진리보(?理?) 보도’라는 제목으로 “김정은이 과체중으로 심장에 질병이 생기고 뇌에 피가 고이는 뇌어혈로 쓰러져 스스로 운신할 수 없는 상태”라는 루머가 SNS를 통해 퍼지면서 건강이상설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튀기 시작했다. 같은 날 중국 인터넷과 SNS에선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김정은이 구금된 상태”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주동자로 지목된 조명록 총정치국장은 2010년에 이미 사망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지는 정보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슬람 진리보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언론으로 파악됐다”며 “쿠데타설이나 감금설도 아직 파악되지 않은 정보”라고 이 같은 루머를 일축했다.
김정은이 ‘은둔의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공개활동을 자주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장기간 잠행은 이례적이다. 잠행 이후 북한 매체를 통해 확인된 김정은의 행보는 18일 청년동맹 초급일꾼대회 서한 발송과 24일 김정일 동상 설립 근로자에게 대한 감사 전달이 전부다. 특히 6월 17회, 7월 24회, 8월 16회 등 여름에 왕성한 활동을 보여왔던 것과도 대조된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업무를 계속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최고인민회의에 안 나온 적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의 잠행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지난 여름 왕성한 활동으로 발목 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비만으로 통풍이나 관절염을 앓을 가능성도 있지만 심각한 증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의 잠행을 둘러싸고 근거 없는 억측이 확산되는 가운데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일 기념 행사에 그의 참석 여부가 주목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고인민회의에 안 나왔다고 쿠데타설이 나도는데 이번에도 안 나오면 사망설까지 나올 수 있다”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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