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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발전 빛 보기도 전에 FIT 폐지… 출범 1년 만에 앞이 캄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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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발전 빛 보기도 전에 FIT 폐지… 출범 1년 만에 앞이 캄캄

입력
2014.10.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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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1개국서 채택한 제도 정부 재정부담 이유 2011년 없애

대형 발전업자와 가격 경쟁 도입… 소규모 조합 대부분 입찰서 떨어져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 옥상에 설치된 50kW급 태양광 발전소를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조합원들이 1억3,000만원을 투자해 지난 4월 완공한 발전소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 옥상에 설치된 50kW급 태양광 발전소를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조합원들이 1억3,000만원을 투자해 지난 4월 완공한 발전소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대한 의지로 버티는 거죠. 하지만 얼마나 계속 할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올해 4월 서울 노원구 상원초교 옥상에 37.2㎾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조합원 82명의 투자금 6,500만원과 융자받은 3,000만원을 들였지만 조합이 7월 태양광 발전 전기를 판매해 올린 수입은 60만원이 전부다. 조합원 1인당 7,300원꼴이다. 상근직원 인건비 등 고정운영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다. 박규섭 사무국장은 “‘내년 초 투자금의 4~5%를 배당해주겠다’고 자신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당장 발전소 운영을 위해 빚이라도 내야 할 판”이라고 한탄했다.

경영악화로 고전하는 시민발전

국내 시민발전이 출범 1년여 만에 고사위기에 놓였다. 시민발전이 싹을 틔우기도 전에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폐지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것이다.

FIT는 발전사업자가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최대 10년 이상 고정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정부가 보장하는 제도다. 독일 스페인 덴마크 등 전 세계 71개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2002년 FIT를 도입했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00년 4,125GWh에서 2011년 8,017GWh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2011년 FIT를 폐지하고, 이듬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했다. FIT는 전력시장에서 형성된 단가보다 비싼 신재생에너지 비용을 정부가 그대로 보전해 주는 방식이지만 의무할당제는 그렇지 않다. 13개 발전회사는 전력공급량의 일부(2014년 3%)를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하며 이를 위해 공개입찰 시장에서 전기를 사들인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공개입찰에 참여해 전기를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대형 발전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소규모 조합형 사업자들은 입찰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4월 공개입찰에서 조합들은 1,000㎾h 기준 13만원 정도를 써냈지만 입찰가격은 11만3,000원으로 형성돼 대다수 조합들이 떨어졌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강병식 사무국장은 “100㎾이하 소형 시민발전소와 수백㎾ 규모 대형 태양광 발전업자를 동일선 상에 놓고 가격 경쟁을 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시민 참여는 에너지전환 기폭제

조합과 같은 시민참여형 발전은 화석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현재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47%(2012년 기준)를 개인ㆍ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태양광 위주인 시민발전은 전력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낮에 전력을 생산해 전력피크를 완화하고, 발전한 전기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어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녹색당 이유진 공동정책위원장은 “독일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이 되려면 협동조합과 같은 시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2012년 의무할당제를 버리고 FIT를 도입했다. 하지만 공개입찰을 주관하는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발전차액 보전을 시장에 맡기는 의무할당제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해 FIT 재도입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예산 3년새 절반 줄어

우리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거꾸로 가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시민참여형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예산은 2011년 1조35억원을 정점으로 찍은 뒤 3년째 계속 줄고 있다. 올해 예산은 8,027억원으로 2011년 대비 20% 줄었다. 연구개발(R&D) 비용은 같은 기간 2,676억원에서 2,493억원으로 감소했고, 보급 예산은 2,290억원에서 1,140억원으로 절반으로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목표치도 낮아졌다. 당초 정부는 1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율을 11%까지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올해 1월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차 계획에서는 달성시기가 2035년으로 미뤄졌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잠재량은 독일보다 뛰어난데 정부 정책은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역행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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