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코로만형 71kg급 올려 우승...두 아이에게 값진 금메달 선물
한국 레슬링의 대들보 정지현(31ㆍ울산남구청)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아내 뱃속에 있던 첫째의 태명을 ‘아금이(아시안게임 금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둘째의 태명을 ‘올금이(올림픽 금메달)’로 지었다.
아이들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금맥을 캐지 못한 아쉬움을 털고 싶었다. 그러나 번번이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는 “괜히 아이들을 (금메달에) 끌어 들인 것 같아 미안하다”며 아쉬워했다.
정지현은 이를 악물고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2002년 1월 막내로 태극마크를 처음 달고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최고참이 됐는데도 후배들과 똑같이 사점훈련(생사를 넘나드는 훈련)을 견뎠다. 또 매트가 땀으로 흥건히 젖었는데도 구르고 또 굴렀다.
그리고 마침내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약속을 지켰다. 정지현은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1㎏급 결승에서 딜쇼드존 투르디예프(우즈베키스탄)를 테크니컬 폴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정지현은 10년간 묵은 금빛 갈증을 말끔히 풀었으며, 한국 레슬링의 4년 전 ‘노 골드’ 수모를 만회했다.
올림픽 챔피언 정지현은 그 동안 아시안게임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입상에 실패했고, 2006년 도하 대회 때는 대표팀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은메달에 그쳤다.반면 ‘늦깎이 신예’로 주목 받았던 김영준(29ㆍ수원시청)은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김영준은 남자 그레코로만형 59㎏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톈치예(중국)에게 0-4로 져 공동 5위로 밀렸다.
4년 전 60㎏에서 71㎏으로 체급을 올린 정지현의 모험은 통했다. 레슬링은 체급 간 힘의 격차가 크고, 선수들의 체구 또한 상당한 차이가 있다. 165㎝의 정지현은 60㎏급에서 작은 키가 아니지만 71㎏급으로 눈을 돌리면 작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작은 거인’ 정지현은 특유의 지구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힘의 열세를 극복하고 아시아 정상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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