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언론시민단체 대표들이 “친일 독재찬양 '망언제조기' 이인호는 물러나라!”며 이인호 KBS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사장에 내정됐을 때부터 지나친 우편향으로 시끄러웠던 그는 이사장이 되고도 자신의 지위를 망각한 처신을 하다가 이날 사퇴를 요구받은 것이다.
이 이사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연에서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은 소련의 지령”이었다고 주장한 것은 23일로, 이사장으로 선출된 지 18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길환영 전 사장의 파행 경영으로 땅에 떨어졌던 KBS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이사회의 수장이 외부 강연에서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중략) 요즘 대학 나온 특별한 생각 없는 아이들은 우리나라 역사를 너무도 모른다. 이승만은 독재자, 국군들은 친일파 소리를 쉽게 한다” “1970년대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한 학생들은 운동권 교육을 받았다. 바로 북한과 구소련이 떠내려 보낸 사람들이 쓴 책들이 골간이 됐다” “일제 말기에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 친일을 했다는 것이니까 (중략) 대한민국을 만들었던 사람들을 친일로 걸면 다 걸렸기 때문에...”라는 발언도 했다.
이를 두고 “학생들에게 친일을 옹호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쏟아지다가 이날 언론시민단체 대표들이 그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사장이 자신의 역사관을 밝히며 논란을 야기하면 결국 이사회에 부담이 된다. 이사장이 사퇴 요구를 받는 마당에 이사회가 어떻게 일을 잘 할 수 있겠는가. 이 이사장은 자신의 역사관을 바탕으로 “KBS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논평이나 비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편성ㆍ보도ㆍ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뜻을 밝혀 또다른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공감 받지 못하는 생각을 보란 듯 밝히며 논란을 확대재생산하는 이 이사장의 잇단 행보는 KBS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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