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주방 일·판매 등 거의 단순 노무
근로자로 인정 안 돼 법적 보호 '사각'
서울 모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이지선(가명ㆍ23)씨는 2012년 여름방학을 맞아 한 대형호텔 산학협력 현장실습에 지원해 한 달간 근무했다. 이씨는 하루 8시간씩 호텔 라운지에서 빈 음료수 통을 채우고, 뷔페 음식과 식기를 날랐다. 주말에도 일했지만 ‘실습비’ 명목으로 한 달 손에 쥔 돈은 30만원이 전부. 이씨는 “사실상 교육 없이 일을 시키면서 최저임금도 안 준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청년유니온이 호텔, 관광, 조리, 외식, 식품 관련 학과의 현장실습을 진행하는 81개 업체 중 59개 업체의 2011∼2014년 산학협력제도 운영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업이 준 실습비는 월 평균 35만1,993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40.25시간으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평균 1,684원이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시급 5,210원)의 32.3%에 불과한 수준이다. 사업주가 실습생에게 지급하는 월 실습비가 50만원 미만인 업체는 59개 중 48개(81.3%)였고, 월 40만원 미만인 업체도 59개 중 38개(64.4%)였다.
현장 교육이라는 애초 취지와 달리 실습생들은 사업장에서 객실관리, 주방업무, 상품판매, 업무보조 등 단순노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가 아르바이트와 다를 게 없는데도 전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산업 실습생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장시간 노동이나 최저임금 위반에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은 ‘직업훈련교육생은 현장실습을 받아야 한다’고만 명시돼있을 뿐 구체적인 교육내용이나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은데다 위반 시 처벌 규정도 없다.
실제로 빕스, 차이나팩토리, 투썸플레이스 등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2011년 6~8월 산학 실습생을 모집하며 시간당 2,900원을 실습비로 책정했다. 오므토토마토, 스칼렛 등을 운영하는 아모제푸드도 올해 6~8월 월 180시간을 근무할 산학실습생을 모집하며 한 달 30만원의 실습비를 만근시 지급한다고 공고했다. 강원 휘닉스파크는 7~8월 매표소ㆍ락카관리 요원과 볼링장 등 부대업장 운영요원으로 뽑은 산학실습생에게 하루 8시간, 주 6일 근무시키며 하루 2만원을 지급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습생제도를 악용해 학생들이 맡은 업무가 교육보다 근로 성격이 강하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제재할 수 있다”면서도 “근로감독관 1인당 감독 사업장이 1,800개에 달하는 현실에서 체불임금 적발도 어려운 실정이라 대학 실습생 근로감독은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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