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에 가망이 없으니 편법뿐이다. 한데 무리수다. 무작정 보은 투자가 얼마나 되겠나. 이문 없는 곳에 장사치가 큰 돈을 쓸 리 없다. 깨진 약속과 망가진 법치에 위화감만 커질 터.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바통을 이어받듯 재벌 총수 사면ㆍ가석방 얘기를 꺼냈다. (…) 황 장관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분이 있고 최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 두 장관은 비리 기업인 선처 명분으로 경제 살리기를 들었다. “오너가 없어 투자와 고용 의사 결정을 못하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과 판박이다. (…) 투자와 가석방을 놓고 정부와 재계가 흥정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 수감된 재벌 총수들을 풀어주면 투자와 고용이 늘기는 할까. 과거의 경험을 보면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고 기업들의 요구를 죄다 들어줬다. 그러나 늘어난 건 투자와 고용이 아니라 재벌들의 곳간이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대기업의 현금보유액은 2배 이상 늘었다. (…)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재벌들이 과실만 따먹고 투자를 외면했다”고 역정을 냈다고 한다. 대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소극적인 것은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수익이 예상되는 곳에 돈을 쏟아 부을 뿐이다. (…) 물론 비리 오너들에게 선처를 베풀면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하려 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생색내기 이상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건 너무도 분명하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좋아질 전망이 있어야 채용을 늘리지 무턱대고 뽑지는 않는다.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리 재벌 총수들에게는 ‘3ㆍ5법칙’이란 게 있었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정찰제 판결이다. 아무리 거액을 빼돌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경영공백 우려’와 ‘국가경제 기여’등의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 지난 대선에서야 비로소 비리 재벌 총수들에 대한 봐주기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사법부의 엄정 판결에 대기업에도 이젠 불법ㆍ탈법 경영이 발붙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는 어렵사리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재벌 무관용 원칙을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공약했고 당선자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사면에 “부정부패나 비리 연루자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남은 게 재벌 총수 사면 배제다. 이제 그마저도 흐지부지 될 상황에 직면했다. 국민들 입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탄식이 다시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비리 오너 풀어 주면 투자 늘까(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3~4년 동안 꼼짝없이 실형을 살게 됐다고 자포자기 상태였는데, 훈풍 같은 얘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비리 총수 사면 및 가석방 허용’ 시사 발언과 관련해 총수가 배임ㆍ횡령ㆍ탈세 등으로 감옥에 있거나 재판 중인 재벌 임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 때맞춰 정부 내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황 장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보수언론들은 이를 다시 대서특필했다. 법무장관이 운을 뗀 뒤 경제부총리가 바통을 이어받아 불씨를 살리고, 보수언론이 여론몰이에 나서는 형국이다. 이 모든 일들이 대통령이 외국 방문 중에 벌어지고 있는 것도 참으로 묘하다. 황 장관과 최 부총리가 미리 입을 맞춘 것인지, 보수언론이 왜곡한 것인지, 아니면 양쪽이 협업을 하는 것인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지만, 이참에 ‘비리 총수 봐주기’의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법치주의 확립을 내걸고 총수의 횡령 등 중대범죄에 대한 법 집행 강화와 사면권 남용 제한을 약속했다. 이는 이미 흐지부지된 경제민주화 공약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항목이다. (…) 최경환 부총리는 “투자 부진 때문에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하지만 비리 총수를 풀어준다고 투자가 늘어날까? 장하성 고대 교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투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두번째로 높다. 성장 둔화의 주요 요인은 투자 부족이 아니라 소비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일부 재벌이 풀려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일시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그런 비정상적 투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최경환 부총리는 또 “기업인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비리 총수에게 역차별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비리 총수 봐주기’ 때문에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 비리 총수 봐주기는 ‘법 앞에 평등’이라는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한국 사회가 치른 값비싼 비용을 모두 헛수고로 만들 수 있다. ‘비리 총수 봐주기’는 장기적으로는 경제를 살리기보다 오히려 죽일 수 있다. (…)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지지 않고 편법과 불법, 돈과 권력을 앞세운 반칙이 판치는 사회에서 경제가 발전할 수 없고, 창의와 혁신이 꽃필 수 없다.”
-‘유전무죄’로 되돌아갈 것인가(9월 27일자 한겨레 ‘다음주의 질문’ㆍ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 전문 보기
무능일까 무책임일까. 신기루로 사라질 게 뻔한 도박 세출이다. 모아둔 돈도 없다. 그런데도 큰소리다. 국민은 노름판돈 대주는 전주가 아니다. 당장 먹고 살 돈도 서민은 빠듯하다.
“설거지에 이골이 난 나조차도 아내가 특별 음식들을 장만한다거나, 느닷없이 설거지 일감이 다량으로 떨어지면 두렵다. 예측 가능한 선에서 설거지거리를 최대한 줄이는 게 설거지를 가장 잘하고 뒤탈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몸으로 터득했기 때문. 그래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광폭(廣幅) 행보와 거침없는 발언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설거지 걱정이 앞선다. 취임 이후 돈은 있는 대로 쓰겠다고 공언하고 매주 한 건씩 정책들을 쏟아내더니, 이번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균형재정 달성 목표는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금리를 더 내리라고 잇따라 한국은행을 압박한다. 우리는 돈을 들여 특별 요리만 잔뜩 상에 올릴 테니 설거지는 누가 하든 모르겠다는 식이다. (…) 게다가 최 부총리가 소개한 차림표들은 요리가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영리병원, 케이블카,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은 오랜 기간 사회적 찬반 논쟁이 고착화한 사안들이다. 케이블카만 해도 감초처럼 등장하는 해외 사례를 취사선택해 정반대의 결론을 낼 수 있다.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 맨 꼭대기에 오른 외국 영리병원 1호는 졸속 행정으로 아예 폐기됐다. 잘못하면 설거지 걱정을 넘어 음식물쓰레기까지 떠맡게 될지 모른다. (…) 설거지할 자신이 없으면 솔직히 상대의 양해를 구하는 게 차선. 정부는 그럴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국민 건강 증진이든(담뱃세), 10년간 못 올렸든(지방세) 누가 봐도 세금이 늘어나는 게 사실인데, 자꾸 증세가 아니라는 핑계만 댄다. 공기업 부채가 우려된다는 지적엔 D1, D2, D3(몰라도 된다) 등 복잡한 셈법으로 국민을 가르치려 든다. 차라리 “아들이 진 빚을 아버지가 내 빚 아니라고 모른 체 하는 콩가루 집안”이라는 세간의 논평이 보다 상식적이다. 최 부총리는 “경제가 살아나면 설거지거리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복지 수준, 당장의 복지 의무지출에도 허덕이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요령부득이다.”
-설거지거리 없다는 최 부총리(한국일보 ‘36.5°’ㆍ고찬유 경제부 기자) ☞ 전문 보기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은 올려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민이 ‘꼼수 증세’라고 생각하고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뻔히 보이는 상황에 대해 정부가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정부가 담뱃값을 500원 올릴 때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는 반대했다. 국회에서 법 개정안 표결을 할 때 박 대표는 기권했고 당시 최경환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박 대표는 이듬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세금을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들 아닌가”라고 따졌다. 물론 10년 사이에 생각과 상황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은 “국민생활이 어렵고 흡연층이 저소득층에 밀집한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은 소득역진(逆進) 정책인 데다 인상분의 용처가 불분명하다”며 공식 반대했다. 지금 그때와 달라진 게 뭔가. (…) 담뱃세 인상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처음 말을 꺼낸 뒤 입법예고까지 10일 만에 속전속결로 해치워졌다. 40일 이상이어야 하는 입법 예고기간은 4일로 끝났다. 사실상의 증세(增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박 대통령과 최 부총리는 그제 또다시 “담뱃값 인상은 세수 때문이 아니라 국민건강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경제 주체들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으면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최 부총리가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는 취임 초기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내걸었지만 “말만 그럴 듯하지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가 점점 늘고 있다.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은 오히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인다. “법인세 인상은 경제 활성화에 역행한다”고 ‘사내 유보금 과세’라는 편법을 쓰면서 서민의 세금만 올려 소비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방안은 더 한심하다. 투자개방형 병원, 설악산 케이블카, 복합리조트 건설 등은 10∼20년 전부터 나온 정책들이다. 창고의 먼지도 안 털고 보도 자료를 내놓아 이미 파산한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하는 우스운 사례마저 나왔다. 그러면서 “국회가 민생경제 법안을 빨리 안 통과시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변명하는 건 ‘정치적 꼼수’다. 박 대통령과 최 부총리는 입만 열면 민생과 경제를 말하지만 사실 이 정부가 경제혁신과 성장을 위해 새로 만든 정책은 거의 없는 셈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규제완화, 해외투자 유치 등 풀어놓으면 대강 어떻게 되겠지 하는, 남의 힘을 빌려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하는 정책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최경환팀, 꼼수가 ‘지도에 없는 길’인가(9월 18일자 동아일보 ‘신연수의 오늘과 내일’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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