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옵티미스트급 박성빈 이번 대회 최연소로 금메달
호비16·레이저·470급도 우승... 하루에 4개의 금메달 휩쓸어
“키는 한창 크고 있는데 몸무게를 유지해야 하니…보는 저도 가슴이 너무 아팠죠.”
30일 인천 아시안게임 대회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존재감을 알린 박성빈(14ㆍ대천서중)은 손석찬(43) 요트 대표팀 420급 코치가 재혼으로 얻은 아들이다. 축구선수 길을 걷던 아들에게 “배 한번 타보겠냐”고 권유한 것이 ‘요트 신동’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박성빈은 5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더니 중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전국 대회를 휩쓸었다. 아시아권에서도 요트 강국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물리쳤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요트선수로서 첫 고비가 찾아왔다. 키가 원치 않게 갑자기 쑥쑥 크는 것이다. 박성빈이 출전하는 옵티미스트급은 몸무게가 덜 나갈 수록 유리하다. 배의 전체길이가 2.3m로 짧고 선체 중량(35㎏)도 가벼운 데다 엔진마저 없어 스키퍼(선장)의 무게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손 코치는 눈물을 머물고 “점심만 먹으면서 체중 조절을 하라”고 아들에게 말했다. 대표팀 코치, 대천서중 코치로서 내린 명령이기도 했다. 아침은 쉐이크, 점심은 쌀, 저녁은 다시 쉐이크였다. 하루에 두 끼를 쉐이크로 때운 박성빈은 3개월이 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뎠다. 게다가 지난해 8월부터 대회가 열리는 인천 왕산요트경기장에서 적응훈련을 했으니 중학교 2학년 생이 받은 스트레스는 엄청났다.
그래도 특유의 강인한 신념으로 요트에 올라탔다. ‘훈련을 하면서 힘든 것은 당연하고, 결국은 버틸 줄 아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메아리를 인천앞바다에 외쳤다. 결국 5㎏을 줄이면서 원하는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던 그는 요트 종목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그것도 ‘최연소’였다.
한국 선수가 요트 남자 옵티미스트급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8년 방콕 대회의 채봉진 이후 16년 만이다. 첫 레이스에서 2위를 기록한 박성빈은 2, 3차 레이스에서 1위를 하며 선두로 치고 나섰고 8∼11차 레이스에서도 모두 1위에 올랐다. 늘 세계대회에서도 톱10 안에 든다는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선수들은 박성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손 코치는 “축구 탁구 배드민턴 등 우리 아들은 한 두 번만 쳐보면 곧잘 한다. 모든 운동을 다 잘하는 편”이라며 “(박)성빈이가 몸무게를 줄이면서 많이 울었다. 적응훈련 때문에 학교도 잘 못 가고 친구들과 놀지도 못했는데 끝까지 버텨줘서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요트는 이날만 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김근수(34)-송민재(34ㆍ이상 부안군청) 조가 남자 호비16급, 하지민(25ㆍ인천시체육회)이 남자 레이저급, 김창주(29)-김지훈(29ㆍ이상 인천시체육회)은 남자 470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420급의 이나경(18)-최서은(18ㆍ양운고) 조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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