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들에게 ‘나쁜 소식’ 전한 데니스 키메토
“마흔까지 최고수준으로 달릴 수 있을 것”
남자 마라톤 세계최고기록을 갈아치운 데니스 키메토(30ㆍ케냐)가 라이벌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서른 살의 키메토가 “마흔 살까지 최고 수준으로 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키메토는 2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BMW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42.195㎞를 2시간2분57초에 완주해 사상 처음으로 마의 2시간 2분대 벽을 무너뜨렸다.
IAAF는 키메토가“마흔 살이 될 때까지 10년은 더 좋은 마라톤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자녀 7명을 둔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태어난 키메토를 마라톤의 길로 이끈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펼쳐진 명장면 폴 터갓(45ㆍ케냐)과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41ㆍ에티오피아)의 1만m 대결이었다.
당시 동네 주민센터에 있던 TV를 통해 올림픽을 시청하던 키메토는 문득 “나도 저 정도 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곧바로 가족의 가난을 달리기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키메토의 본격 달리기는 2008년이 돼서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논밭을 일구며 농부의 삶을 살던 키메토는 2008년부터 달리기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키메토의 부모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키메토가 마라토너로서 본격 달린 지난 6년의 시간은 키메토와 가족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행운이 따랐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2시간3분2초 비공인 세계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케냐의 마라톤 선수 제프리 무타이(33)가 우연히 그의 멘토가 된 덕분이다.
무타이가 이끄는 훈련팀이 우연히 키메토의 집 근처에서 훈련을 하면서 무타이는 키메토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하루는 무타이가 키메토를 훈련 캠프에 초대했는데 달리는 모습을 보고 즉석에서 자신의 훈련파트너로 영입한 것이다. 그 후 2010년 키메토는 첫 번째 국내 대회에서 우승했고 이어 나이로비 하프마라톤을 1시간1분30초 만에 뛰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2012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 라스 알 카이마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 출전했을 때만해도 키메토는 순박한 농촌 청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스타트라인에 섰을 때 윌슨 킵상 키프로티치(32ㆍ케냐)가 옆에 서 있는 걸 보고 무서움을 느꼈다”며 “내가 누군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키메토는 그날 1시간40초라는 기록을 써내 육상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베를린에서 그는 계속해서 어마어마한 기록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라스 알 카이마 하프마라톤이 끝난 지 겨우 6주 뒤에 열린 베를린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59분14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같은 해 마라톤 데뷔 무대에서는 2시간4분16초라는 역대 가장 빠른 데뷔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어 지난해 도쿄 마라톤과 시카고 마라톤을 석권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지난 28일, 마침내 6년째 2시간3분대에 머물러있던 풀코스 기록을 2시간 2분대로 끌어당겼다. 2년 전 라스 알 카이마에서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던 윌슨 킵상 키프로티치의 기록(2시간3분23초)을 26초 앞당긴 기록이다. 지난 4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보스턴 마라톤에서 중도하차하기도 했지만 키메토의 몸은 베를린을 향해 빠르게 회복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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