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 재판 중인 김경희 이사장, 이사 정원 늘려 유자은씨 선출
교수·총학·노조 "이사장 세습 수순" 대학 측 "정통성 있고 절차도 적법"
학교법인 재산을 배임ㆍ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의 맏딸 유자은(43)씨가 최근 건국대 법인 이사로 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해온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사장직 세습을 위한 수순”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29일 건국대 법인에 따르면 법인 이사회는 지난 8월 20일 정관을 고쳐 기존 11명이던 이사회 정원을 12명으로 늘렸고, 이달 11일 김 이사장의 맏딸 유씨를 이사로 선임했다.
건국대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교직원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즉각 반발했다. 총학생회 및 학생 160여명은 지난 26일 이사장실이 있는 건국대 행정관을 점거했다. 앞서 25일에는 서울ㆍ충주건대병원, 건국유업, 교직원 노동조합이 서울건국대병원 입구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이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학생회는 “교육부가 김 이사장의 이사 연임 및 유씨의 이사회 편입 승인을 거부해달라는 학생 서명을 받아 다음달 6일 교육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2,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1일 수십억원대의 학교자산을 횡령ㆍ배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서울 동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앞서 4월에는 교육부에서 같은 혐의로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받아 이사장직을 박탈 당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이사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이사장직 연임 신청을 냈지만 교육부가 쉽게 승인하지 않을 전망”이라며 “지위가 불안해진 이사장이 딸을 이사로 신청해 추후 이사장으로 앉히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건국대 관계자는 “유씨는 설립자의 장손녀로 정통성이 있고 이사회의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이 받고 있는 비위 혐의에 대해서도 “행정소송 결과 드러났듯이 교육부 감사 내용은 사학비리와 무관하게 경영상의 불찰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교육부의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이 과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대화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겸 상지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학을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풍토가 퍼져 있어 이사장 세습이라는 적폐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독립적인 개방형이사 선출과 설립자 유가족 이사 선출시 명예직화 등 이사회를 감시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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