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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끝났다고 할 때 끝나지 않는 게 사야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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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끝났다고 할 때 끝나지 않는 게 사야의 매력

입력
2014.09.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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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팀원 바탕으로 등장인물 그려... 생생한 스토리 인터넷서 인기몰이

"프로야구는 변수 적어 재미 없어요"

유영태 웹툰 작가가 24일 송파구 작업실에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 ‘육아부부의 사야이’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영태 웹툰 작가가 24일 송파구 작업실에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 ‘육아부부의 사야이’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4일 서울 송파구 작업실에서 만난 웹툰 작가 유영태(33)씨는 주간 연재 만화를 마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의 작품 ‘육아부부의 사야이(사회인야구이야기)’는 최근 사회인야구 붐을 타고 인터넷 상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4개월 된 갓난아기를 둔 부부가 ‘사야’를 둘러싸고 겪는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남편은 사야를 하고 아내는 뒤치다꺼리를 한다. ‘신혼부부의 사야이(2012년)’ ‘유영태의 사야이(2013년)’에 이어 ‘사야’ 시리즈의 3번째 버전이다. 최근에는 같은 제목의 단행본까지 펴 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리얼리티를 위해 세심한 동작과 선수들의 심리 상태까지 그리려 노력한 것이 주효했다. 만화 속 등장인물들은 유 작가가 소속된 야구단 ‘사야이’의 실존 인물들이다. 글러브, 야구공 등 각종 장비들도 브랜드와 모양은 물론, 실제 가격까지 꼼꼼히 그려냈다. 심지어 소녀시대 등 걸그룹을 좋아하는 자신을 주인공 캐릭터에 완전히 일치시켰다. 유 작가는 “사야를 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안 해본 사람도 나중에 야구를 했을 때 ‘아, 이게 그거였구나’며 무릎을 칠 수 있도록 대사와 동작을 실제 상황에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창단 2년 차를 맞는 ‘사야이’ 구단의 감독이다. “‘나보다 더한 운동치는 없겠지’라는 생각에 ‘아무나 오라’고 인터넷 공고를 냈더니 진짜 아무나 왔다”고 한다. 슈퍼루키 리그(신생팀 급) 소속인데 지난 2년간 성적은 131번 싸워 109번을 졌다. 그런데도 ‘베스트 멤버’가 출전하는 게 아닌, 모두가 함께 하는 야구를 고집한다.

유 작가는 “사야에서는 승리보다 소중한 것이 모두가 즐기는 것”이라며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타순도 짜고 수비위치도 정한다”고 했다.

유 작가는 사야에 관한 한 ‘중독’ 수준이다. 출산을 앞두고 아내의 수술날짜를 정하는데, 의사가 주말을 권하자 유 작가는 “하루 당겨 금요일에도 가능할까요?”라고 물었다. 금요일에 아이를 낳고 토요일에 야구를 뛰겠다는 심산이었다. 아들 태명도 ‘유타’로 정했다. ‘유영태 안타’의 줄임 말이다. 심지어 아이를 낳으러 들어간 아내를 기다리며 수술실 앞에서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할 때도 자신도 모르게 투수 와인드업 스텝을 밟고 있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아내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 한데 ‘소재를 얻기 위해’라는 구실로 아내를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강아지도 곰도 아닌 묘한 느낌의 주인공 캐릭터는 사실 미대 출신인 아내 송한나(27)씨의 작품이다. 처음엔 유 작가가 캐릭터를 그렸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에게 “몇 개 생각나는 대로 그려달라”고 부탁했는데 금세 친근감 있는 캐릭터 10여 개를 쏟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 작가는 프로야구에는 별 관심이 없다. “프로야구를 무슨 재미로 보느냐”고 묻는다. 특별히 응원하는 팀도 없다. “프로야구는 9회 2사에서 평범한 유격수 땅볼이 나오면 상황이 끝납니다. 하지만 사회인 야구는 유격수가 공을 제대로 잡을 지, 빠르고 정확하게 1루로 송구할 수 있을지, 그 공을 1루수가 잡을 수 있을지, 에러를 하면 투수가 미치지 않을지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할 때 끝나지 않는 게 바로 사회인 야구의 매력입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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