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들국화의 계절이다. 식물도감에 들국화란 명칭의 식물은 없지만 가을 산야에 지천으로 피는 국화 무리가 다 들국화다. 노란색 감국과 산국, 연한 보랏빛 쑥부쟁이 벌개미취 구절초 등 종류도 다양하고 모양도 비슷비슷한 게 많아 정확히 이름을 불러주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죽했으면 시인이 “쑥부쟁이와 구절초를/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나여,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안도현,‘무식한 놈’ 전문)라고 자탄했을까. 뭘 골치 아프게 구별하려 그래, 그냥 감상만 하면 되지 라는 생각도 든다.
▦ 그래도 올해는 벌개미취만은 확실하게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쑥부쟁이와 구별하기가 구절초와 쑥부쟁이 구별보다 훨씬 어렵긴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학명(Aster koraiensis Nakai)이 시사하듯 벌개미취는 한국 특산종으로 강원ㆍ경기 이남에서 제주도까지 분포한다. 강인한 번식력을 자랑하며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줄기차게 꽃을 피우는 모습이 한민족의 끈기를 상징하는 것 같다. 고려쑥부쟁이라고도 하며 영어명이 코리안 데이지로 명명된 게 우연이 아닌 듯싶기도 하다.
▦ 올해는 구 소련지역 고려인 이주 150주년이 되는 해다. 매년 세계 한인의 날(10월 5일)을 맞아 개최돼 온 ‘코리안 페스티벌’ 행사가 올해는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무대로 꾸며진다고 한다. ‘코리안 데이지, 유라시아에 핀 꽃’이 바로 재외동포재단이 내달 6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여는 ‘2014 코리안 페스티벌’의 주제다. 고려인 이주 이야기, 세계 한인들의 의지와 꿈, 미래, 한민족의 하모니 등 5장의 공연으로 이뤄지는 이날 무대에는 고려인 등 한인 출신 유명 예술인이 다수 참가한다.
▦ 조선말 철종 때인 1864년 대흉년에 백성들이 연해주로 이주한 게 고려인 디아스포라 역사의 시작이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한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수난을 딛고 오늘에 이른 50만여명의 고려인들은 한민족의 끈끈한 일원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올해 8ㆍ15를 전후해 중앙아시와 러시아 지역 고려인들이 이주 150년을 기념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출발, 러시아 주요지역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한반도 남북을 자동차로 횡단했다. 통일과 한민족 웅비의 벅찬 가능성을 확인한 한 15,000㎞ 여정이었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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