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희, 1인승 200m정상...24년 동안 끊긴 카누 금맥 이어
'카약 탄 박태환' 이름값 톡톡히... 여자 4인승 500m에선 銀수확
한국 카누가 24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금빛 노젓기 주인공은 조광희(21ㆍ울산시청)다. 조광희는 29일 경기 하남 미사리 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카약 1인승 200m 결승에서 35초46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니스트 이르나자로프(우즈베키스탄)가 36초531로 2위, 고마쓰 세이지(일본)가 36초754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가져갔다. 이로써 조광희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천인식이 남자 카약 1인승 1,000m, 카약 2인승 500m, 카약 2인승 1,000m에서 3관왕에 오른 이후 24년 만에 한국의 아시안게임 카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카누 종목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조광희는 ‘업계’에선 일찌감치 유망주로 꼽힌 선수다. 충남 부여중 1학년 때 카누를 시작한 조광희는 부여고를 졸업한 이후 국내 대회에서 2등을 해본 적이 없는 국내 최강자다.
강진선 카누 대표팀 총감독은 “타고난 성실함, 집중력으로 체격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름을 알렸으니 ‘카약 탄 박태환’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고 추켜세웠다.
조광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육상으로 운동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5학년 때까지 키가 기대한 만큼 자라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복싱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의 만류와 카누를 하던 친구의 권유로 카약 패들을 잡았다. 하지만 부여고 3학년 때 외국인 코치의 지도방식에 반발해 팀을 이탈하는 등 짧은 방황기를 맞기도 했다. 주위의 권유로 다시 돌아온 그는 2012년 첫 출전한 국제대회 우즈베키스탄 국제오픈 카누 스프린트 대회에서도 1인승 200m와 2인승 200m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182㎝의 건장한 체격을 앞세워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파워가 장점이다.
앞서 열린 여자부에서도 경사가 나왔다. 이순자(36ㆍ전북체육회) 김유진(24ㆍ대전시체육회) 이혜란(23ㆍ부여군청) 이민(20ㆍ대전시체육회)으로 꾸려진 여자 카약 4인승 500m 대표팀은 2결승에서 1분36초890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베테랑 이순자는 앞서 열린 여자 카약 1인승 500m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1분54초852의 기록이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카약 2인승 500m에서 동메달을 따 냈던 이순자는 개인 통산 아시안게임 메달을 3개로 늘렸다. 그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체전 카약 1인승 200m 13연패의 신화를 달성한 한국 카약의 ‘대모’다. 이순자는 경기 후 “이번 대회를 마지막이라 여기고 열심히 한 결과”라며 “띠동갑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부상도 있었지만 주변의 격려로 극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