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주고 스타 해설자 모셨지만...호흡 안 맞아 버벅거리기 일쑤
잦은 자막 오류·비인기 종목 외면... "시청률 경쟁에 방송 기본 안 지켜"
인천아시안게임의 중계에는 스타 선수 출신 혹은 현역 선수들이 대거 투입됐다. 올해 들어 브라질월드컵 등에 스포츠 스타를 대거 투입했던 지상파 3사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스포츠 스타 영입 경쟁을 한 것이다. 야구 중계에서 SBS는 박찬호를, KBS는 이승엽과 이종범을 특별 해설위원으로 출연시켰다. 양궁 중계에서 KBS는 2012 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를 해설자로 앉혔고 MBC는 '신궁' 김수녕과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 윤미진을 등장시켰다.
지상파 방송이 스타급 해설자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시청률 때문이다. 평일과 주말 인기 드라마와 예능을 결방하고 아시안게임을 중계하는 터라 광고 수익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송계의 관계자는 “출연료를 일반 해설위원보다 몇 배 더 주고 이들을 마이크 앞에 앉히는 것은 시청률 경쟁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브라질월드컵 중계방송에서 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았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케이블TV 등 유선방송사업자와의 재송신료 협상에도 실패했다. IPTV 업체와는 19일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불과 20여분 앞두고 가까스로 재송신료 협상을 성사시켰다.
지상파가 그런 상황에서 웃돈을 주고 영입한 해설자들은 그러나 잦은 실수, 캐스터와의 미흡한 호흡 등을 연발하고 있다. 마이크를 처음 잡은 해설위원들은 "어..." "음..." 등의 당황한 음색을 그대로 전파에 내보내고 자신의 중계 원고를 체크하느라 캐스터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지상파는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은 실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방송 사고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한다. 그러면서 지상파는 자사 해설위원이 중계한 방송의 시청률이 높았다며 홍보하고 있다.
지상파가 박태환, 양학선 등 인기 선수나 야구, 양궁 등 메달 획득이 확실한 경기만 골라 중계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은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 모습은 방송 중계가 되지 않았다. 반면 25일 한국과 홍콩의 축구 16강전이나 27일 한국과 중국의 준결승 등은 두 방송사가 내보냈다. 비인기 종목은 심야 시간에 방영되는 아시안게임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만 볼 수 있다. 비인기 종목이 소외되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편성 행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자막 실수도 반복된다. SBS는 25일 한국과 일본의 여자 배구 경기에서 TV 화면 왼쪽 상단에 표기되는 점수 자막에 대한민국을 '대한일본'으로 오기했고 이를 5분 가까이 노출했다. SBS는 이날 홍콩과의 남자 축구 16강전에 출전한 박주호 선수의 국적을 홍콩으로 표기했다. SBS는 “컴퓨터 그래픽 담당 프리랜서 요원의 실수”라고 궁색하게 변명했다. KBS는 24일 남자 수영 접영 100m 경기에 나선 장규철 선수를 소개하며 일본 국기와 함께 ‘JPN’으로 표기한 자막을 내보냈다. 지상파가 시청률에 급급해 보여주기식 중계에 치중하면서 방송의 기본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들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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