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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희 문학제 떠돌이 신세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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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희 문학제 떠돌이 신세 전락

입력
2014.09.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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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운동·월북 전력 등 논란 거듭... 청주·서울 이어 고향 괴산서도 반발

다음 달 11일 경기 파주 개최 선회

소설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1888∼1968)의 문학 혼을 기리는 문학제가 올해는 그의 고향 충북 괴산이 아닌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충북지회(이하 충북 민예총)는 올해로 19회를 맞는 홍명희문학제를 10월 11일 경기 파주시 출판문화단지에서 연다고 29일 밝혔다.

충북 민예총은 “그 동안 홍명희문학제를 지원해 온 사계절출판사측에서 문학제를 파주에서 열자고 여러 차례 제의해왔다”고 문학제 파주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충북 민예총은 “소설 임꺽정의 주요 배경이 파주지역인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역 문학계에서는 다른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벽초의 고향인 괴산지역 보훈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개최지를 바꿨다는 것이다.

홍명희문학제는 보훈단체의 반대로 고향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 민예총과 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 사계절출판사가 공동 주최하는 홍명희문학제는 1996년 처음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이후 보훈단체가 반발하면서 청주와 서울, 괴산 등지를 떠돌며 개최돼왔다.

보훈단체들이 문제를 삼는 것은 북한에서 부수상을 지낸 벽초의 전력이다. 상이군경회, 6.25참전전우회, 전몰군경유족회 등 7개 지역 보훈단체는 벽초를 ‘6.25전범’으로 규정하며 문학제 개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은 18회 홍명희문학제가 열린 괴산군민회관 앞에서 ‘홍명희는 북한 김일성에 충성한 6.25전범자다’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문학제 개최를 규탄했다. 결국 주최측이 올해부터는 다른 지역에서 문학제를 열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항의집회를 푼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단체들은 충북 민예총과 충북도내 문인들이 벽초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문학비를 건립한 때도 벽초의 전력을 들어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홍명희문학제에 예산을 지원하는 충북도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도 관계자는 “소설 임꺽정의 고향이 충북이라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홍명희문학제가 외지에서 열리는 것도 나쁠 건 없다”면서도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충북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충북도는 올해 문학제와 토론회, 세미나 등 부대행사에 1,8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충북 민예총 관계자는 “보훈단체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하며, 벽초의 정치적 전력을 미화할 생각도 없다”며 “

하지만 문학작품은 문학적 시각에서 평가하고 재조명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내년 홍명희문학제를 어디서 열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며 “다시 벽초의 고향인 충북에서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붙였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귀국, 괴산에서 3·1만세운동을 조직하고 신간회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벽초는 해방후 좌익 운동에 몰두하다 1948년 김구 선생을 따라 남북협상을 위해 월북했다.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과 IOC위원, 내각 부수상까지 지냈다. 역사 대하소설 임꺽정은 그의 월북전력 때문에 1987년 납·월북작가 해금조치 이전까지 40년간 금서로 분류됐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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