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청화백자전...한·중·일 소장 500여점 한자리에
공예와 회화가 결합된 왕실미의식의 정수인 조선 청화백자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전시회로 30일부터 11월 16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보ㆍ보물 10점을 포함해 총 500여점의 작품이 관람객 앞에 선다.
청화백자는 중국 원대에 처음 만들어졌고 이후 명대에 유럽으로 수출돼 ‘시누아즈리(Chinoiserie)’라는 중국풍을 유행시키며 18세기 유럽 경질백자를 탄생시켰다. 조선의 청화백자는 15세기경 처음 만들어졌으며 세계 청화백자 사상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기술을 획득했다. 명대 청화백자 양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조선 특유의 표현으로 자신만의 색채를 찾아갔다. 중국ㆍ일본ㆍ유럽의 청화백자가 무역상품으로 경제 교류의 중심에 섰던 것에 비해 조선청화백자는 19세기 후반까지 왕실 주도의 관요(官窯) 체제를 통해 왕실의 수준과 취향을 일관되게 투영했던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일제강점기 이후 한번도 공개된 적 없던 청화백자 150여점과 국립고궁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등 14개 기관의 조선 청화백자 대표작, 그리고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이데미쓰(出光)미술관,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조선 청화백자 명품, 중국 명대 영락·선덕 연간의 청화백자, 일본 청화백자가 전시된다.
제작시기와 종류에 따라 총 5부로 구성한 이번 전시회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부 ‘청화백자, 왕실의 예와 권위’다. 그 중에서도 현존하는 조선 최고(最古) 청화백자 ‘백자청화흥녕부대부인묘지’(1456년ㆍ보물 1768호ㆍ고려대박물관 소장) 등 도자기들 사이에 청화백자로 만든 묘지(墓誌ㆍ죽은 사람의 행적을 기록한 글)가 자리잡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묘지의 주인공인 흥녕부대부인은 조선 세조의 장모로 그녀의 탄생 시기부터 일대기, 사망시점 등이 백자 위에 청화 안료로 쓰였다. ‘백자청화흥녕대부인묘지’는 도자기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절대연도가 쓰여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유물이다.
이 밖에 왕실의 잔치 때 꽃이나 술을 담았던 청화백자 용무늬항아리, 조선 후기 사가(私家)에서도 폭넓게 사용한 청화백자 제기(祭器) 등도 전시된다.
한ㆍ중ㆍ일 삼국의 명품 청화백자의 교류상도 한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동국대박물관 소장 국보 176호 ‘백자청화 송죽문(松竹文) 홍치이년명(弘治二年銘) 호’(1489년)의 홍치 2년은 명나라 효종의 연호를 뜻하는데 이를 통해 조선과 명간 청화백자 교류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
3부에서는 18세기 영ㆍ정조대에 제작된 청화백자에 문인풍의 시(詩)와 그림이 그려져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4부에서는 흥선대원군의 사저이자 고종이 나고 자랐던 운현궁의 명문(銘文) 등 조선후기 왕실에서 사용됐던 청화백자를 공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조선 청화가 고려청자, 고려불화와 더불어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일반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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