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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민주주의를 달라" 홍콩 우산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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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민주주의를 달라" 홍콩 우산혁명

입력
2014.09.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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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행정장관 후보 자격 제한에 금융가 등 점거… 일부 동맹 휴학

시위대들이 29일 새벽 간밤에 경찰이 살포한 최루액과 최루탄을 막을 때 사용한 우산을 곳곳에 펼쳐 놓고 홍콩 정부청사 주변 대로를 점거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시위대들이 29일 새벽 간밤에 경찰이 살포한 최루액과 최루탄을 막을 때 사용한 우산을 곳곳에 펼쳐 놓고 홍콩 정부청사 주변 대로를 점거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민주화를 요구하는 수만명의 홍콩 시위대가 28일 밤 금융중심부인 센트럴 대로를 완전히 점거해 있다. 홍콩=AP연합뉴스
민주화를 요구하는 수만명의 홍콩 시위대가 28일 밤 금융중심부인 센트럴 대로를 완전히 점거해 있다. 홍콩=AP연합뉴스

“10년 후 초등학생들이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학생 시위 참여 주도자 조슈아 웡)

29일 홍콩은 진정한 민주 개혁을 요구하는 열기로 하루 종일 뜨거웠다. 수만명의 시민단체 회원들과 동맹 휴학을 선언한 대학생, 일부 중고교 학생들은 도심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베이징(北京)이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거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날이 저물면서 퇴근을 한 회사원과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시위대 규모는 더 커졌다. 시민들은 곳곳에서 경찰들과 대치한 채 밤샘 시위를 벌였다. 도시는 교통 대란에 휩싸였고 17개 은행 29개 지점이 문을 열지 못하면서 국제금융도시의 명성도 추락했다.

‘센트럴을 점령하라’ (Occupy Central)는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우산 혁명’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중앙 정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후보 제한 등에 반발해 28일 새벽 1시부터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이날 금융 중심가와 도심 주요 도로 점거로 발전했다. 홍콩 경찰이 이례적으로 최루탄과 최루액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지만 열기를 가라앉히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최루탄을 막고 한낮의 땡볕을 피하기 위해 펼친 시위대의 우산은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됐다. 인터넷에서는 ‘우산혁명 로고’도 등장했다.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17세 학생 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은 영웅으로 부상했다.

시위대가 점거한 곳은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中環), 백화점과 호텔들이 많은 애드미럴티(Admiraltyㆍ金?), 완차이(灣仔), 코스웨이베이 등. 이 지역을 경유해야 할 버스 200여대도 운행되지 못했다. 교통혼잡에 대한 불평도 나오긴 했지만 시위대에 물과 음식 등을 건네는 시민들이 많았다. 홍콩 노동당 관계자는 코카콜라 사틴공장 근로자들이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사노조에선 중고교 교사 파업을 촉구했다. 동맹 휴학하지 않은 중ㆍ고교에서도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채 강당 등에 모여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치권에서는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의 탄핵과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홍콩 정부청사 주변 대로를 점거한 시위대들이 29일 새벽 대치하고 있던 경찰쪽에서 다연발 최루탄을 쏘자 몸을 피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 정부청사 주변 대로를 점거한 시위대들이 29일 새벽 대치하고 있던 경찰쪽에서 다연발 최루탄을 쏘자 몸을 피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그러나 중국 중앙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법치를 파괴하고 사회 안녕을 훼손하는 위법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홍콩 당국이 이번 사안을 법에 따라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전날 밤 비상 소집된 홍콩영도소조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무력 진압을 건의했지만 시 주석이 이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시위를 평정하는 홍콩 경찰을 인민해방군이 도울 수도 있다”는 협박에 가까운 사설을 실었다가 인터넷에서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주(駐)홍콩 미국 영사관이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는 홍콩의 기본법을 지지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곧바로“홍콩은 ‘중국의 홍콩’이자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홍콩에 관한 일은 중국의 내정에 속한다”며 “관련 국가들은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3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2017년 처음 도입되는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방식을 사실상 ‘친중국 애국 인사’만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제한한 데 반발해 시작됐다. 홍콩의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1997년 홍콩 반환 후 줄곧 선거위원회에서 간접으로 뽑아 왔다. 전인대 상무위는 직선제 초안에서 먼저 1,200명 안팎의 행정장관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 위원회의 50% 이상이 지지한 사람 2,3명만 행정장관으로 입후보하도록 했다. 친중국 인사가 다수일 위원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행정장관 후보조차 될 수 없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도 홍콩 시민 50만여명은 완전한 직선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직선제를 도입한다면서 선거위원 8분의 1 이상 추천만 받으면 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 현 간선제보다 더 추천 요건을 강화한 데 홍콩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경절 연휴가 시작되는 10월 1일에는 시민단체까지 가세한 대규모 시위가 계획돼 있다. 중국 정부의 행정장관 후보 제한 결정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시위로 홍콩 시민들이 온전한 민주주의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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