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선 5기에서 추진되던 울산시의 주요 사업들이 민선 6기에 들어서면서 백지화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그 원인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새 지방정부의 앞선 정부와의 선 긋기 또는 전 정부의 정책오류에 대한 부담 털기 등이 그것이다.
조기수 울산시 기획조정실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어 민선 6기 출범 이전부터 추진해온 주요 시정 가운데 추진방향이나 효과 등이 불분명해 논란을 빚은 5개 사업에 대해 객관적인 사업추진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내용은 이렇다. 문수축구경기장 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사업의 추진 보류,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사업과 KTX역세권 전시컨벤션센터사업의 원점 재검토 등 기존 시의 입장을 뒤엎는 게 이번 새 방향의 골자다. 당초 입지 논란을 빚었던 시립도서관과 구ㆍ군간 유치경쟁이 빚어졌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 부지 문제는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경제성이 높다며 추진했던 유스호스텔 리모델링사업이나 건립 후 5년간 생산유발 4,919억원, 부가가치 2,540억원, 4,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던 전시컨벤션센터사업, 당초 위치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 이전을 밀어붙였던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원점 재검토는 시 스스로 행정신뢰를 무너뜨린 것으로, 당시 기자회견장에 나왔던 시 주요 간부들은 머리 숙여 반성하는 모습부터 보여줬어야 옳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과정에 대해 조 기획조정실장은 “7월 초부터 최근까지 김기현 시장을 비롯해 관련 실ㆍ국장, 업무 담당자들이 집중 ‘자유토론’을 거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는 조 실장의 이런 설명이 지난 지방정부에서는 주요 정책결정에 앞서 ‘합리적 과정’이 없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소리로 들렸다. 바꿔 말해 지난 지방정부에선 “NO(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토론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자는 그 원인이 당시 시정을 이끈 리더십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지적하고 싶다.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그것이다. 권위주의적 리더십에선 수직적(상하간), 수평적(부서간) 소통문화가 정착하기 어렵다. 이런 분위기에선 시정 조직은 협의와 토론이 아닌 권위와 지시에 의해 작동하기 마련이다. 권위주의적 공직문화에서 상사의 ‘검토’는 부하에겐 ‘추진’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용기를 내고 “NO” 했다간 눈치 없는 부하로 찍히기 십상이다. 사실 지난 12년간 권력을 잡은 박맹우 지방정부 말기엔 ‘제왕적 리더십’이란 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조 실장은 “앞으로는 현안이 생기면 충분한 토론과 시민의견 청취 과정을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기자는 하나 더 주문하고 싶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시스템적으로 만들라는 얘기다. 토론이나 정책입안 및 수행 과정에서 용기 있는 반대자의 지적이 옳은 것으로 드러났을 경우 그에게 포인트를 주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 한번 고민해보시라.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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