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 표시 유지냐 개별 표시 전환이냐
평창 바이오안전성의정서 회의서 주중 결론
유전자변형(LM, GM) 농산물 생산국이 이를 수출할 때 표기하는 방식으로 지금의 ‘총량 표시제’면 충분하다는 입장과 ‘개별 표시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29일부터 강원 평창군에서 열리는 ‘제7차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회의’에서 격돌한다. GM 농산물의 국가 간 거래가 점점 늘고 있는 만큼 각국의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GM 농산물을 수출하는 나라는 통관 서류에 GM 농산물의 총량과 포함 가능성을 표기한다. 가령 옥수수를 수출한다면 ‘전체 수출량 중 몇 톤은 GM 옥수수가 들어 있을 수 있다(may contain)’는 식이다. 그러나 일부 수입국은 이 방식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품종별 수량까지 구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GM 옥수수 A품종은 몇 톤, B품종은 몇 톤, C품종은 몇 톤이 포함돼 있다(dose contain)’는 식으로 말이다.
이에 대해 수출국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별 품종의 거래 수량까지 국가가 일일이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자칫 수출 자체가 제한될 우려까지 염두에 둔 반응으로 읽힌다. 더구나 수입국들 중에도 개별 표시제에 미온적인 나라가 적지 않다. 식량 문제가 걸린 만큼 수출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번 회의의 의장국(의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서 양쪽 주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GM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0년 채택돼 이미 효력을 발휘 중인 바이오안전성의정서의 당사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모두 167개국이다. 평창에서 이번에 함께 논의되는 나고야의정서(생물자원 이용에 대한 이익 공유를 보장하는 국제규범)의 당사국이 50개인 데 비하면 영향력이 훨씬 크다. 그러나 전 세계 GM 농작물 재배 면적의 61%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과 아르헨티나, 캐나다, 호주, 칠레가 아직 가입하지 않은 점은 분명한 한계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대규모 GM 수입국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 승인된 식용ㆍ농업용 GM 농산물은 약 887만7,000톤. 28억6,000달러 정도 규모다. 국내에 GM 관련 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이 들어왔다.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회의 결과에 우리 산업계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관계자는 “총량 표시를 고수하는 수출국에 비해 개별 표시 전환을 요구하는 수입국이 훨씬 적어 현재로선 총량 표시제를 당분간 유지하고 향후 다시 논의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결과는 당사국회의가 끝나는 3일 발표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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