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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카와 렌 혹은 엄혜련…슬퍼도 웃어야 했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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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카와 렌 혹은 엄혜련…슬퍼도 웃어야 했던 꽃

입력
2014.09.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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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일본으로 귀화 한 하야카와 렌(한국명 엄혜련). 지난달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음에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동려들과 함께 웃고 장난쳤다. 팀 워크를 위해서다. 꽃명은 '아버지의 사랑' '마음속에 감춘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마거리트'.
한국에서 일본으로 귀화 한 하야카와 렌(한국명 엄혜련). 지난달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음에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동려들과 함께 웃고 장난쳤다. 팀 워크를 위해서다. 꽃명은 '아버지의 사랑' '마음속에 감춘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마거리트'.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이 열린 28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 금메달은 한국의 몫이었지만, 동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딴 것처럼 기뻐한 일본 선수단이 눈길을 끌었다. 그 중심엔 한국 출신의 귀화 선수 하야카와 렌(27·한국명 엄혜련)이 있었다.

전북 전주에서 출생한 하야카와 렌은 전북체고를 거쳐 현대모비스 양궁단에 입단해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학업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길 원했고, 대학 진학을 위해 어머니와 언니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귀화를 선택했다.

주니어 국가대표를 거쳐 한국토지공사에서 뛰다 귀화한 언니 하야카와 나미(30·한국명 엄혜랑)의 영향도 있었다. 결국 어렵게 일본 국적을 선택한 그녀는 '엄혜련' 대신 '하야카와 렌'이라는 이름을 달고 실력을 꽃 피웠다.

일본 대표에 선발 되니 올림픽 금메달보다 국가대표 선발이 더 힘들다는 한국보다 국제 대회에 출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일본 양궁계에서도 한국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 온 하야카와 렌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하야카와 렌은 성과로 말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주장을 맡아 동메달을 이끌었다. 이것이 일본 여자 양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이번 대회 메달 역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딴 뒤 28년 만에 차지하게 된 일본의 아시안게임 메달이었다.

하야카와 렌은 이날 단체전 경기 도중 유독 밝은 모습을 보인 선수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항상 웃어 보였고, 때로는 장난도 많이 쳤다. 그는 "단체전은 분위기 싸움이기 때문에 일부러 장난을 많이 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사무치게 슬픈 아픔이 있었다. 지난 달 한국에 홀로 남아있던 아버지 엄철용(61)씨가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딸 엄혜련이 되어 한국에 왔고, 궁사 하야카와 렌이 되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당연히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맞은 아시안게임이었다.

경기를 마친 하야카와 렌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 놓으며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당시 귀화 사연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재혼 등 가족사까지 들춰져 오랜 시간 마음 고생 했던 터라 그 눈물은 쉬 멈추지 않았다. 일장기를 달고 고국에 와 한국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현실 또한 서글펐다.

하야카와 렌은 "일본에서는 양궁이 비인기 종목인데 이번에 메달을 따서 양궁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목표를 이룬 하야카와 렌은 슬픔도 서글픔도 더 느낄 새 없이 다시 활시위를 잡아당겨야 한다. 당장은 10월 열릴 일본 전국체전을, 더 멀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대비해야 하는 일정이다. 하야카와 렌은 “10월 열릴 전국체전은 내가 살고 있는 나가사키에서 열리기에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후에는 올림픽 무대를 향해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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