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열린 27일 문학야구장. 4-3으로 앞서던 8회 2사 주자 2, 3루 상황, 타석에 선 황재균(27·롯데)이 방망이를 휘두르자 경기장이 들썩였다. 우중간에 뚝 떨어진 황재균의 타구에 2, 3루에 있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황재균의 쐐기타에 힘입어 한국 야구대표팀은 6-3으로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힘으로 6-3 승리를 이끈 황재균은 병역 혜택과 더불어 테니스 선수 출신 어머니에 이어 집안에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기는 겹경사를 맞았다. 어머니 설민경씨도 1982년 뉴델리 대회 테니스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자(母子)가 함께 금메달을 얻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상식을 마친 황재균은 "아시안게임 모자 금메달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기록이라는 것은 처음 나왔을 때가 의미 있는 것이기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설민경 씨는 아들의 금메달에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사실을 굳이 드러내지 않고 살아왔지만, 이 순간만큼은 누구도 모를 벅찬 감동을 느꼈을 터다.
황재균은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부모님이 집에서 울고 계시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면서 "시상식 후 어머니께 전화했는데 소리 지르시며 울먹울먹 하셨다"며 "저도 눈물 안 나다가 어머니 목소리 들으니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어머니에 이어 '대를 이은 금메달'을 따낸 황재균은 앞으로도 태극마크에 도전하겠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황재균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경기가 정말 재미있고 좋았다"면서 "앞으로도 국가대표 기회가 있으면 더 하고 싶다. 실력이 되면 무조건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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