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민단체들 학교와 손잡고 청소년 대상 태양광 수업 운영
“전기로 바꿀 수 있는 풍력ㆍ태양광 에너지가 주변에 널려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특히 우리 집 지붕의 일조량을 측정해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지 알아본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달 4일 스위스 베른주 에멘탈의 오버프리텐바흐 중학교에서 만난 토마스 로틸리스베르(14) 군은 “놀이를 통해 배우는 신재생에너지가 정말 흥미롭다”며 활짝 웃었다. 이 학교는 지난주부터 지역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2주 코스의 ‘청소년 태양광프로젝트’ 프로그램을 정규 수업시간에 편성, 운영 중이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자전거에 올라탄 학생 2명이 미니 축구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바둑판 크기의 작은 축구장 양쪽에 설치된 자전거에 앉아 페달을 힘차게 돌렸다. 자전거에 연결된 헤어드라이기는 페달을 밟을 때 발생하는 전기로 바람을 뿜어냈고, 학생들은 이 바람으로 상대방 골대에 공을 불어넣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땀흘리는 학생들 옆에선 A4용지 크기의 태양전지판을 단 작은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았다.
이날 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수업은 ‘태양열로 요리하기’였다. 버터를 얇게 두른 프라이팬 위에 옥수수알을 놓고, 지름 1m가 넘는 오목한 철판 중간 지점에 놓자 10여분 만에 옥수수알이 하얀 팝콘으로 변했다. 태양광이 반사돼 모이는 지점에 프라이팬을 놓고 가열해 요리한 것이다. 레스 아드난(15) 군은 “지난주에는 태양광 오븐으로 케이크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태양광 오븐은 밀폐된 나무상자 안에 태양광을 모아 내부 온도를 높여 요리하는 방식이었다.
교실에서는 구글 지도의 마을 사진을 이용한 태양광 지도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20여명의 학생들은 각자 측정한 집 지붕의 일조량을 비교해 지붕을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칠했다. 초록색은 태양광 발전 가능, 빨간색은 태양광 발전 효율이 낮다는 뜻이다. 같은 집이어도 지붕의 방향과 각도에 따라 일조량에 차이가 난다.
스위스관광청이 ‘최고의 일조량을 가진 곳’으로 소개하는 이 지역의 학교들은 시민단체와 손잡고 2012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라는 생각에서다. 스위스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현재 운영 중인 원자력발전소 5기를 2034년까지 단계적 폐쇄하기로 했다.
학생 지도를 맡은 시민단체 활동가 루카스 프리들리씨는 “신재생에너지를 어린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로틸리스베르 군은 “어른이 되면 환경을 해치지 않는 태양광 발전기를 집에 꼭 설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멘탈(스위스)=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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