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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판결 비판 징계만 서둘러 "언로는 열어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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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판결 비판 징계만 서둘러 "언로는 열어 둬야"

입력
2014.09.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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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판사 위반한 법관윤리강령, 좋은 비평도 금지하는 경직성 지적

지난 11일 1심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지난 11일 1심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을 정면 비판한 김동진(45ㆍ사법연수원 25기)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에 대한 대법원의 징계절차가 시작되면서, 법원 내부에서 문제적 판결에 대해 건전한 비판의 장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나오고 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의 비판 글은 ‘법관은 학술ㆍ교육 등이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구체적 사건에 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아니한다’는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좋은 비평이라도 해도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현재의 억압 기조를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판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지방의 A 판사는 “김 부장의 글이 징계 사유에 해당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대법원이 이렇게 언로를 막고 징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제적 판결이 나오더라도 내부에선 조용히 있으라는 취지인데, 재판 독립을 보장하면서도 법리 적용 문제나 재판절차 상 아쉬움 등은 발전적 방향으로 토로할 수 있어야 조직이 건전해진다”며 “지금의 대법원 정책대로라면 법원 내부게시망은 그저 경조사 공지하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공간일 뿐”이라고 말했다. A 판사는 “대법원이 앞으로 연구용역이나 공청회라도 열어서 내부 언로 확보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의 B 부장판사도 “품위손상과 법원 위신 저하가 징계청구 사유라는데, 오히려 내부 비판을 징계로 다스리는 법원의 전근대성과 비민주적인 운영 시스템을 널리 알린 꼴이 돼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김 부장이 비판 수위와 단어 선택에 있어서 너무 나갔다는 점에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개입은 인정하고도 선거법 위반은 무죄라는 판결이 고법 부장판사 승진을 위한 판결이라는, 인신공격성 내용이 포함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유엔이 채택한 ‘벵갈루루 법관행동준칙(전세계 법관이 지켜야 할 준칙)’은 사법부 독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위해 “진행 중인 사건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절차의 공정성을 해칠 것으로 예상되는 의견 표명” “다른 재판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적인 의견 표명”을 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현직 법관이라고 사회 구성원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포기할 필요는 없으며, 이전의 정치적 소신을 버리거나 정치적 쟁점에 대한 관심을 멈출 필요도 없다”는 전제 아래 예외적으로 금지한 조항이다.

한국의 법체계와 유사한 독일은 보다 폭넓게 판사와 검사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판 또는 결정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법관연합은 “법관은 대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법관의 최근 판단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공개 토론에서 전문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며 “그것은 법관의 시민적 책임”이라고 법관의 표현의 자유를 넓게 규정했다. 대신 사실에 근거하고, 평가는 되도록 하지 않고, 품위와 예절을 지키도록 단서를 달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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