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호 전승 우승…‘약속의 8회’ 황재균이 끝냈다
한국 야구는 8회와 인연이 깊다. 출전하는 국제대회마다 유독 8회에 승부를 극적으로 뒤집은 경우가 많았다. 그 중심엔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있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모두 일본을 상대로 8회 승부를 결정짓는 한방을 쳤다.
이승엽의 바통은 황재균(롯데)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어 받았다. 황재균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회 대만과의 결승에서 4-3으로 앞선 8회 2사 2ㆍ3루에서 쐐기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이 안타로 승부가 사실상 결정 나자 황재균은 물론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까지 일제히 환호했다.
자신의 힘으로 6-3 승리를 이끈 황재균은 병역 혜택과 더불어 테니스 선수 출신 어머니에 이어 집안에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기는 겹경사를 맞았다. 어머니 설민경씨도 1982년 뉴델리 대회 테니스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재균과 더불어 오재원(두산), 나지완(KIA) 등 대표팀 13명은 금메달만큼 큰 선물 병역 혜택을 받았다.
대표팀은 예선에서 콜드게임으로 꺾었던 대만을 결승에서 다시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1회부터 선취점을 내주더니 6회까지 2-3으로 끌려갔다. 7회에는 무사 1ㆍ3루 추가 실점 위기에 몰렸다. 이 때만 하더라도 2006년 동메달에 그친 ‘도하 참사’가 재현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양현종(KIA)을 구원 등판한 안지만(삼성)이 세 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대표팀은 ‘약속의 8회’를 맞았다. 선두 타자 민병헌(두산)이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3번 김현수(두산)가 1사 1루에서 우전 안타로 1ㆍ3루 기회를 연결했다. 대만은 에이스 천관위를 내리고 뤄지아런으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올렸다. 하지만 4번 박병호(넥센)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1사 만루에서 5번 강정호(넥센)는 몸에 맞는 볼로 1타점을 올려 3-3 균형을 맞췄다.
계속된 기회에서 6번 나성범(NC)의 2루 땅볼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전세를 뒤집은 대표팀은 7번 황재균이 2타점 적시타를 쳐 쐐기를 박았다. 6-3 리드를 잡은 대표팀은 안지만이 8회를 실점 없이 틀어 막았고, ‘더블 스토퍼’ 임창용(삼성)-봉중근(LG)을 9회에 차례로 투입해 5전승 우승을 완성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삼성)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국제 대회에서 처음으로 성과를 냈다. 류 감독은 소속팀에서 통합 3연패를 이루는 등 좋은 성적을 냈지만 지난해 WBC에서 사령탑을 맡아 2승1패로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 봤다. 류 감독은 줄곧 당시를 떠올리며 “야구 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곱씹었지만 1년 6개월 만에 두 번째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약속했던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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