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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황의 메시지와 대안적 경제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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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황의 메시지와 대안적 경제모델

입력
2014.09.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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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들을 거부하십시오.” 프란체스코 교황이 지난 8월 한국 방문 때 던진 메시지다. 이러한 교황의 말씀은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인간적 경제모델’, ‘약자를 배려하는 경제모델’을 지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를 계기로 한국경제에서는 기존의 발전모델인 개발독재 모델이 해체되기 시작한다. 개발독재 아래에서 성장지상주의와 물질주의가 팽배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대했지만 인권과 노동권의 억압과 노동소외가 나타났다. 1987년 이후 민주화가 진전됨에 따라 인권과 노동권이 확대됐다. 임금 상승으로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노동자들의 복지가 약간이나마 향상됐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됨에 따라 고용불안, 비정규직 확대, 경제주체들간의 경쟁 격화와 연대 약화, 소득불평등의 심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 확대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성장지상주의와 물질주의는 여전히 지속됐다.

1997년 이후 민주정부가 10년간 집권해 민주주의는 확대됐지만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가 도입됨에 따라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가 출현했다. 그 결과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는 빈곤층이 늘어나고, 고용차별과 임금차별과 복지차별의 3중의 차별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외가 나타났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신자유주의는 강화됐다. 중간에 ‘친서민 중도 실용’을 지향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지만 결국은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외가 심화됐다. 이런 현상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2013년 등장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최고 국정지표로 설정했다. 창의성에 기초해 성장하는 경제인 창조경제는 비인간적인 사회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인간다운 사회에서 비로소 창조경제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적인 경제모델이 정립돼야 창조경제가 꽃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교황이 한국에 와서 “물질주의와 맞서 싸우십시오”,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합니다”라고 가르쳤다. 돈보다 인간이 존중되고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를 소중이 여기는 사회를 지향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진보와 발전의 기준을 인간발전의 관점에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교황은 또한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및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경제, 그들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과정에 반영되는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나아가 “그들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해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 문화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빈곤층과 취약계층의 실생활상의 요구를 해결해 주는 정책을 펴는 데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그들의 사회적 및 문화적 역량을 증대시켜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품위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고 가정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기 원합니다”고 희망했다. 빈민들이 정부 구호만 받고 사는 수동적 삶을 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열심히 노동해 떳떳하게 소득을 벌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을 통한 복지 정책과 ‘일-생활 균형’을 강조한 것이다.

교황이 주문한 인간적 경제모델은 한국경제가 지향해야 할 대안적 경제모델이다. 노동이 자기실현의 과정이 되고 노동자가 자율성을 가지게 되는 노동의 인간화, 주주와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기업의 민주화가 이뤄지는 경제, 지속가능한 인간 발전이 이뤄지는 모두를 위한 경제, 고삐 풀린 자유시장경제보다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시민사회의 통제가 이뤄지는 조정시장경제에서 인간적 경제가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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