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동영상 유포 제재 어려워
지난 2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선릉역 알몸녀’라는 제목의 7초짜리 짧은 영상이 급속히 유포됐다. 한 젊은 여성이 속옷은 물론 신발도 신지 않은 알몸 상태로 인도를 걷는 모습을 승용차 안에서 촬영한 영상이었다. 목격자를 자청한 한 네티즌은 “서울 선릉 지하철역 공영주차장에서 촬영된 것”이라며 “남자친구의 이별 통보로 여성이 홧김에 옷을 벗자 화가 난 애인이 옷가지를 들고 가버렸다”고 주장했다. 두 남녀가 경찰 조사를 받고 훈방 조치됐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이런 줄거리가 입혀지면서 동영상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러나 해당 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고, 이 영상은 21일 유튜브에 처음 오른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들이 모두 허위 루머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SNS에 알몸 동영상 등 개인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몰카(몰래 카메라)’ 영상이 대량 유포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재미 삼아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댓글 등을 통해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이들을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
2012년 11월 부산 지하철역 한 승강장에서도 한 여성이 알몸으로 엎드려 있는 뒷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됐었다. 당시에도 해당 여성을 두고 “술에 취했다” “범죄 피해자” 등 무성한 말이 나왔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병력자로 밝혀졌다. 치료와 보호가 필요한 여성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이런 영상들이 유포되면 신상털기와 같은 2차 피해도 잇따르지만 수사기관이 조사에 착수할 명분이나 처벌 근거가 마땅치 않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선릉역 영상은 아직까지 신고가 들어온 게 없어 모욕죄를 적용할 수 없고, 명예훼손이나 음란물에 대한 죄목을 적용하기도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도 “알몸녀 영상 등은 처벌 수위도 낮아 수사관들이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작 몰카 영상에 찍힌 본인은 촬영이나 유포 사실을 잘 모르거나 뒤늦게야 알아 원활한 수사가 힘들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SNS의 위험성은 빠른 전파 속도와 익명성에 있다. 리트윗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순식간에 유포되는 트위터에서 보듯, 특정인에 대한 허위 사실과 유해 정보가 전달되면 사실상 회복 불능의 인격 침해를 겪을 수밖에 없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생활 침해나 심각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을 때는 수사 당국이 적극적 조사에 나서도록 제재 방안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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